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6월 둘째 주의 일상(부산 일주일 살이1) 본문
6월 9일(일)
드디어 간다 부산~! 6박 7일이나 집을 비우는 건 목포 와서 처음인 것 같은데! 차로 이동할 거니깐 짐은 넉넉하게 다 때려 넣었다 ^_^ 마음도 여유롭게 먹고 출발!
저번에 못먹은 통감자, 이번엔 성공.
4시간쯤 걸려 도착한 숙소, 6박을 함께할 장소다. 13평 정도 넓이로 아담하게 꾸며진 숙소에서는 부산항대교가 보였다. 멋진 뷰가 숙소의 가장 큰 장점! 단점도 있었지만 머무르는 동안 내 집처럼 잘 지냈다.
짐만 놓고 바로 밥 먹으러 식당에 갔지만 8시 30분을 향하는 늦은 시간이어서 문 닫은 곳이 많았다. 결국 가게 된 첫 식당은 "림스치킨". 부산에서 치킨이라니...라고했지만 현지인이 추천해 준 맛집이다. 후라이드를 잘 튀겨준다. 느끼한 후라이드를 싫어하는 반디씨는 아주 잘 먹었다. 동네에 있었으면 가끔 생맥주 한 잔씩 하러 갔을 듯!
소화도 시킬겸 영도대교 슬슬 걸어 산책하고 돌아왔다.
자갈치 시장 야경
머무르던 숙소 언덕의 야경
밤과 낮의 숙소 뷰
6월 10일(월)
이번 부산행은 단순 여행이라기 보단 "일주일 살이"를 해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현지인처럼 슬렁슬렁 동네를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지나고 보니 꽤나 관광성 짙은 생활을 했다. 막상 이곳저곳 가지 않으면 또 섭섭하니깐~ 한 달쯤 있어봐야 알지 일주일은 너무 짧다.
천천히 준비하고 나와 점심 먹으러 향한 화목정은 택슐랭 맛집이라고 한다. 점심에 딱 걸친 시간이긴 했지만 테이블 여유도 있었는데 혼자 왔다고 합석을 시켰다. 처음엔 안 그러셨는데 건너편에 앉은 아저씨가 꽤나 말을 많이 걸어서 조금 불편했다. 본인 이야기를 많이 하심, 배 타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명함도 주심. 또 본인은 안 먹는다고 사리를 넘겨서 강제로 2개 먹고, 집중해서 국밥 한 그릇 뚝딱하고 나왔당. 파김치가 맛있었다. 국밥은 심심한 맛. 경상도 쪽 음식이 전체적으로 간이 세지 않나 보다. 목포의 맛에 익숙해진 건지 부산에서 먹은 음식들이 약간 심심하게 느껴졌달까.
영도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 쾌청한 날이 없어 아쉬웠다. 점점 개긴 했지만 뿌옇고 습하고 덥고~ 날이 흐린 이유는 이 지역의 지형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한다.
첫번째 관광지는 흰여울문화마을. 호기롭게 걷기 시작했지만 덥고 습하니 조금만 걸어도 금세 힘이 들고 지쳤다. 그리고 안개 껴서 도통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텐션도 낮아졌지...
소품샵 구경하면서 더위를 식히는데 너~무 시끄러운 중국인 무리들 정말 짜증 났다. 전부 그런 건 아닌데(중국 문화, 사람 좋아함) 유독 목소리가 크고 본인 할 말만 하는 젊은 커플 4명, 완전 민폐.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지 목소리를 낮추라는 현수막도 자주 보였다.
날은 너무 더웠지만 이대로 돌아가기 아쉬우니 데크길을 슬슬 걸어갔다. 산책길은 잘되어있었고 멋진 풍경은 아래에 있다. 그러니 튼튼한 다리는 필수. 남파랑길 걸으며 소라게도 잡고 출렁다리도 보고 텐트 치고 누워서 쉬는 커플과 스킨스쿠버 하는 사람들을 지나 다시 위로 올라갔다.
많이 걸었고 당 보충이 필요했으니깐 커피와 크레페 냠냠.
퇴근한 반디를 만나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언덕이 엄청난 영도는 참 재미있다. 버스만 타도 느낄 수 있다, 목포의 언덕은 아무것도 아니란 걸...
풍경이 너무 좋았던 해돋이 전망대.
저녁 먹으러 가는 길 만난 너무너무 애교 많았던 비숑. 밖으로는 절대 안 나오고 손을 내미는데 정말 귀여워서 까무러칠 뻔.
저녁은 밀면. 맛이 조금 특이했고 내 입맛엔 쏘쏘였음. 반디 씨는 먹는 것마다 다 맛있다고 하는데 부산체질 인가보다.
초량동 언덕을 걷다가 부산역 근처 친수공원 산책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첫날부터 너무 걸은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산책하기 좋은 계절~
6월 11일(화)
카페 가는 중. 언덕을 내려가며, 건물 사이사이로 보는 풍경이 참 멋있다.
모모스 영도 로스터리&커피바 네이버로 도슨트를 신청하면 공간 투어를 할 수 있다. 이날은 신청자가 나뿐이었어서 1:1로 설명을 들었다. 모모스 커피는 부산의 로컬브랜드고 지점이 3개 있는데 영도는 항구 뷰를 볼 수 있는 대형 카페다. 커피 보관, 원두 작업하는 것도 볼 수 있고, 사무실까지 전부 한 공간에 있다. 직원분의 설명을 들으며 함께 오래가는 것, 지속가능한 것에 대한 생각을 했다. 사실 "커피 체리(커피나무의 열매. 그 안에 생두가 들어있다)"를 "체리"로 알아듣곤 왜 난 여태껏 원두가 체리 씨앗이라는 것을 몰랐을까라는 의문 때문에 집중력 저하되기도.... 크크크
라떼 맛이 좋았다. 진짜 초콜릿 맛이 느껴졌지~
영도 대교를 건너 자갈치 시장, 깡통 시장, 국제 시장을 구경했다. 깡통 시장은 일본 제품들이 참 많았다. 적당한 인구 밀도로 활기찬 분위기와 알록달록 재미있는 풍경들이 좋았다. 살 건 없었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있던 곳.
반디가 추천해 준 신창 토스트 집에 가서 콩국이랑 토스트를 먹었다. 선반 아래 들어가 있는 각종 잼통들이 너무 귀여웠고 콩국에 우뭇가사리가 있는 게 신기했다. 토스트는 반으로 나뉘어 먹기 좋게 나오고 다정한 느낌의 사장님 부부도 정겹다. 여쭤보니까 냉콩국엔 우뭇가사리가 들어가고 온콩국엔 꽈배기가 들어간다고 한다. 온콩국은 중국에서 아침으로 자주 먹는 또우쟝 같은 느낌이려나! 아무튼 두 개가 맛의 차이가 있으니 다음엔 온콩국 먹기를 추천하셨다.
희영이네 집과 보영 전당포는 찾았는데 아영 간판은 없었다~
시장 구경하고 보수동 책방 골목도 걷다가
능소화가 예쁜 언덕을 지나
로또 한 번 사보고(행복 회로 돌렸지만 완전 꽝이었다)
망고 음료로 수혈하고 집 들러 잠시 충전~
1층에서 (갑자기)사진도 한 방 남기고,,,
오늘 저녁은 영도우! 이름 참 잘 지었다 ㅋㅋㅋ 뷰도 좋고 포장 용기 등의 디자인이 귀여웠다.
무난한 맛이라서 맛있게 먹고 나왔다.
그리고 기대했던 CGV drive in 영도! 자동차 극장은 처음인데 영도에서 보게 됐네~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상영작이 하나뿐이라 선택권이 없었다. 공간이 궁금해서 가보기로 했고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공유, 탕웨이가 나오는 영화 원더랜드를 봤는데 평점처럼 나쁘진 않았다.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아서 "시미안"이라는 루프탑 바에 들러 논알콜 칵테일도 한 잔 했다. 야경 맛집이었다. 원래 숙소를 고민하던 동네기도 했는데 이곳에서 지냈어도 대중교통 잘 타고 다녔을 것 같다. 영도가 언덕은 심하지만 버스 노선도 많고 배차 간격이 짧아서 이동하는데 불편함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한여름과 겨울엔 정말 힘들 거야...
6월 12일(수)
많이 걸을 요량으로 햇빛 차단용 모자도 쓰고 긴 운동복을 챙겨 입었다.
동네 구경하며 청학 시장으로 출발!
쿤타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서지^^ 내가 첫 손님인지 불판이 깨끗했다. 10시 영업 시작이라고 하는데 10시 30분쯤 도착했고, 평일의 영도라 매우 한산했다. 모모스도 쿤타 샌드위치도 주말엔 줄이 엄청 길다고 하는데 난 럭키~
아쉬운 건 먹을 장소가 없다는 점이다. 대기줄 옆의 빈 공간이나 시장 건너편 공원에서 먹을 수밖에... 난 다음 목적지가 아미르 공원이었기 때문에 포장 후 바로 버스를 탔다.
아미르 공원은 차를 타고 가다가 본 풍경이 예뻐서 선택한 장소였다. 하지만 막상 공원에 도착하니 수국 관리 때문인지 포터가 내부에 들어와 있고 날도 더웠으므로 상상한 느낌에서 약간 벗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평화로운 분위기다. 날은 더웠지만 러닝 하는 사람도 있었고 강아지 산책하는 사람도 종종 보였다.
커피 한 잔과 함께한 쿤타샌드위치는 맛있었다. 들어가는 재료만 봐도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치즈치즈~
밖은 너무 더우니까 국립해양박물관 관람 시작. 크크 오늘 동선을 잘짰군.
국립해양박물관은 볼 게 많았다. 기획 전시도 보고 이곳의 명물인 수족관에서 물멍도 때리면서 쉬었다. 수족관 속에는 상어나 가오리 종류의 큰 물고기들도 몇 마리 있었다. 처음엔 마냥 신기하고 재밌어서 아이들처럼 신나서 쳐다보다가 금세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넓은 바다에서 살아야 할 애들인데 이 좁은 감옥에서 하루에 몇 백번을 빙빙 돌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에.. 역지사지라면 말도 안 되는.. 인간은 정말 최상위 포식자구나, 욕심이구나 싶었다.
아쿠아리스트가 열심히 관리하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동네 구경 겸 급경사의 언덕길을 헉헉거리며 올라가곤 힘들어서 체리를 샀다.
군인 아저씨의 선물~ 잘 쓸게요 크크.
부산항 대교 타고 출발~! 오늘 저녁은 광안리!
기념일 축하 겸 분위기 있는 곳에서 맛있는 거 먹기로 했으니깐. 장소는 광안리 바다뷰(대교뷰는 아님)의 양고기 오마카세집(램바란스 광안리점). 어린양을 써서 냄새가 안 난다고 했지만 초반의 몇 가지 요리에서는 냄새가 났다(양고기 냄새에 민감한 편). 친절한 서비스와 조용한 분위기여서 기념일 기분내기 좋았다.
사진 찍으라고 고기 한 번 보여주심~
요런 느낌
식사 전에 나오는 샤베트가 굿! 느끼함을 잡아준다. 구워주는 양고기는 너무 맛났구,,,
사케도 한 잔 주시는데 운전 안 하는 나만 마시고 반디는 논알콜로 쿄쿄
부산에서 광안리가 제일 핫한 곳이라고 하더니 사람들도 많고 분위기가 활기찼다. 평일 저녁인데 식당도 바닷가도 북적북적해서 주차난을 겪었지 모람. 목포 사람에겐 드문 경험^^
우리가 부산에 산다는 가정 하에 퇴근하고 이곳에서 만나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는 바닷가 도시 라이프 상상도 해보고 기념으로 인생 네 것도 찍으며 광안리 찍먹.
알록달록 광안대교.
낮의 더위에 지쳐버렸는지 피곤이 몰려와서 오늘은 조금 일찍 귀가했다. 덕분에 집에서 불 켜진 부산항 대교를 볼 수 있었다! 11시가 되면 불이 꺼지니깐.. 잔잔한 음악 들으면서 30분 동안 야경만 봤다.
로맨틱 부산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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