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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2023-2024 목포

1월 첫째 주의 일상(코로나 재확진)

Jay 2023. 1. 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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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월.
새해라는 게 실감이 안 난다. 내가 겪은 일들이 작년인지 재작년인지도 헷갈린다.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흐르는 시간, 쌓이는 목포 생활. 올해는 또 무슨 일을 하면서 지내려나. 여느 새해와는 달리 아니 이제는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지 잘 모르겠는 날들이다. 계획 없이 너무 막살고 있는 건 아닐까. 세운 계획도 잊어버렸다가 다시 바꿨다가 또 실천하면서 뭐 올해도 그렇게 보내겠지?

1월 2일(월)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맑았다. 점심 약속이 있던 날이라 일이 끝난 뒤 4769양식당으로 향했다. 알고 지내던 친구가 아닌 새로운 사람과의 일대일 식사는 오랜만이었다. 그런 것치고는 꽤 편안했다. 긴장감이 덜했나보다. 같은 처음이더라도 상대방에 따라 분위기는 다르게 흐른다. 편안함이 좋은 건지, 긴장감이 좋은 건지 둘 중에 하나 고르라고 하면 잘 모르겠다. 초면의 자리, 적은 인원의 공간에선 특히나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나도 상대방도 어색함을 느끼는 걸 피하고 싶기 때문. 주제는 나 또는 상대방의 이야기로 흘러가지만 이날 지분은 내가 70% 이상이었던 것 같다. 나만 수다스러운 날이었지만 그건 상대방이 이야기를 잘 들어준 이유도 있겠지.

모처럼 교외에 위치한 카페에도 다녀왔다. 눈이 쌓이면 썰매도 탈 수 있나.

카페 뷸라

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보였다. 물방울이 있는 곳에 해가 비치면 무지개가 생긴다는 데 저기만 소나기가 온 건지.

노을 무렵 구름이 너무 예뻐서 대반동 바다에 잠시 들렀다.

그리고 저녁은 하이 로지. 요즘 자주 온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밖에서 잘 놀다 들어왔는데 몸에 피로가 몰려왔다. 왜인지 힘이 빠지고 추운 걸 보니 몸살같기도 해서 보일러를 틀고 바로 바닥에 붙어서 쉬었다. 몇십 분 뒤 정신을 차리고 혹시 몰라 감기약을 하나 먹고 잠들었다.

1월 3일(화)
자고 일어났는데 다행히 작년처럼 목이 심하게 아프다거나 하는 증상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찜찜한 기분이라 일이 끝나고 곧장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역시 쎄한 느낌은 틀리지가 않는다. 코로나 재확진이었다. 약국에서 약을 타고 얼른 매장에 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퇴사 의사도 함께 밝혔다. 마음속으로 계속 곱씹던 일이었는데 결국 코로나가 불씨가 됐다. 부정, 거절의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건 왜 이리 어려운 건지. 웃긴 건 이 일의 처음과 끝이 covid19와 함께라는 것.
가벼워지고 싶었는데 일이든 관계든 참 쉽지가 않다. 5년 다니던 직장을 마무리 지을 때도 참 오래 걸렸으니 열 달 가까이 일하던 알바에도 고민의 시간은 당연했다. 뚜렷하게 원하는 걸 모를 때, 그리고 대안을 찾지 못했을 때 선택을 망설인다. 선택엔 책임이 따르니까. 난 그 뒤의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계획이 없으면, 스스로 안심이 되지 않는다면 보류를 하는 거다. 그것들은 마음속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고민 집단이 된다. 그래서 재미있어 보이는 마음이 동하는 무언 가를 만날 때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실천. 그게 재미.
관계도 마찬가지다. 학창 시절엔 학교, 학원과 집만 왔다갔다 하는 학생이었다. 특별히 좋아하던 연예인도 없었고 땡땡이 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말 잘 듣는 아이였고 이성 친구에게 관심도 없고 뭘 몰라서 연애 경험도 없었다. 그리곤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는 온통 연애, 소개팅, 미팅이었다. 안경을 벗고 렌즈를 끼고 화장을 하며, 짧은 치마와 구두를 신고 열심히 학교를 다녔다. 그리곤 주변에서 받은 영향과 개인적 욕망으로 문어발 연애를 할 거라고 다짐했다.(ㅋㅋ) 주변엔 남자 친구가 있지만 미팅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잘못된 연애 관념이 박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했던 이야기들은 마치 중2병 걸린 애들 같은, 허세 가득한 이야기였지만 그때는 몰랐고, 어렸고, 순진했고, 당시 주변의 몇몇 분위기가 그랬다.
결론은 문어발 연애는 실패했다. 막상 첫 남자친구를 사귀고 나니 불가능하단 걸 깨달았다. 연애를 안 해봐서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누구를 좋아하면 그럴 수 없으니까. 생각은 할 수 있지만 마음은 그럴 수 없었다. 살면서 그게 가능해질 날이 올진 모르겠지만(동시에 두 명 이상을 좋아할 수 있을까)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그런 상처는 나도 받고 싶지 않으니깐.



코로나 재확진의 증상은 작년 1차 때와 비교해서 확실히 덜 아프다. 잠복기엔 똑같이 몸살 기운이 있었고 목이 간질간질해도 전체적으로 약하게 지나가는 느낌. 다만 약이 문제인지 코로나 증상인지 속이 좋지는 않다. 5일 치의 약을 지어서 4일 치를 먹었다. 항생제, 해열진통소염제, 위염치료제, 해열진통제, 소염효소제 이렇게 5알.
이제 남은 건 집 안에서 7일을 잘 버티는 것. 하루의 일과는 밥을 먹고, 치우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자는 것. 자유 시간이 굉장히 많아졌다.

작년처럼 코로나가 심하지는 않아서 저녁에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외출을 하거나 조심스럽게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하트스토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사랑의 이해, 더글로리, 아일랜드, 몽화록, 사랑의 이해, 환혼 등 이것저것 보다가 멈추기를 반복하고 홈트를 하기도 하며, 노래 가사를 필사하며 시간을 보냈다. 참을 만하지만 지루했으며, 심심했지만 견딜 만했다.


아빠가 모두에게 선물한 복권 결과를 보니... 괜한 요행을 바라지 말고 열심히 살라는 뜻인가 보다. ㅋㅋㅋㅋㅋ


가끔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들이 고마웠다. 역시 카톡보다는 전화가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준다.
내일 자정이면 해제된다. 하루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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