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1월 둘째 주의 일상 본문
1월 9일(월)
해제되는 날 당일, 아침을 챙겨 먹고 산책을 나왔다. 별일 없이 잘 지나갔지만 역시 집에 오래 있으면 답답하다. 자연을 가까이하는 건 여러모로 좋다. 금세 상쾌해진 기분으로 유달산 둘레길에서 목포 항구까지 한참을 걸었다.



여객터미널 앞에 빽다방이 생겼길래 오랜만에 녹차라테를 샀다. 우연히 동네 지인을 만나 신호등을 앞에 두고 장거리 인사도 했다. 의외의 장소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 짧은 순간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말을 많이 못 해서 답답하긴 했나 보다. 잠깐 본 동네 친구, 항구를 걸으며 근황 토크의 시간까지... 이야기를 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

비둘기가 너무 많다고, 목포엔 비둘기가 없어서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마침 현수막이 보였다. 많아지긴 했나 보다.

1월 10일(화)
화, 수, 목, 금 4일만 출근하면 된다!
저녁엔 동네 식당에서 몸보신을 했다. 삼겹살과 생고기, 2차 분식집까지~!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많은 분.



1월 11일(수)
양고기를 먹으러 '자작'이라는 음식점에 갔다. 불쇼도 보고 고기도 먹고 차 마시고 영화 보고. 꽉찬 데이트 코스였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만화를 보진 않았지만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내용이 궁금했다. 결론은 너무 재밌었다. 코트 위 시합을 배경으로 몇몇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 긴장감 넘치고 그림도 좋았다. 모처럼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당분간 누가 '제일 인상 깊게 본 영화'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그에 대한 답변이 될 것 같다. 만화책도 찬찬히 읽어봐야지!

1월 12일(목)
고구마 요정이 다녀갔다♥ 옆에 살아서 아주 의지가 된다네~

저녁은 한옥 사장님 집에 초대받았다. 최고 맛있는 김밥과 닭볶음탕을 먹었다...♥ 어남선 김밥 레시피라는데 아마도 비결은 직접 짠 참기름과 섬에서 난 재료들도 한몫하는 것 같다. 산처럼 쌓인 김밥도 정겨웠고 하나 넣으면 입안에 가득 찰 만큼 큰 크기라서 정말 배 터지게 먹었다.



방탄의 흔적과 개인의 취향으로 꾸며진 집 구경도 재밌었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개성있는 분위기의 집이라 더 좋았다. 직접 뜬 자수도 선물로 주셨는데 음식을 잘하면 뜨개질도 잘하는 것인지 ㅎㅎㅎ


1월 13일(금)
출근 마지막 날. 평소처럼 일을 하고 기분 좋게 인사를 하며 마무리 지었다. 대학생 때 패밀리 레스토랑 알바를 약 일 년 반 동안 하긴 했지만(주 2-3회 정도였고) 첫 회사를 제외하고 평일에 매일같이 출근하는 일 중에선 이번이 두 번째로 오래 한 일이다. 오전 5시간이라 길진 않았어도 매일 보는 사람들이었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은근한 시간이 쌓였다. 하지만 몇 달 동안 내 안의 고민 덩어리이기도 해서 전체적인 마음은 후련했다.
코로나로 집에 있던 시간을 보상해 주는 건지 이번 주는 어쩌다 보니 내내 저녁 약속이 있다. 팝업을 운영 중인 캐주얼 어묵바 '오묵'에 다녀왔다. 대부분의 안주를 먹고 오랜 수다를 떨었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숙소를 운영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숙소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술은 술술술 들어가야 한다는 명언과 글을 쓰라는 칭찬과 격려의 말이 남은 밤.



1월 14일(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느즈막히 일어나 고구마를 굽는다. 190도에 30분이면 충분~!

월출산 가는 길은 안개가 자욱했고 비가 와서 그런지 산의 공기는 유난히 상쾌했다. 날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한적하게 산을 올랐다. 첫 등산이기도 하고 안개로 시야가 가려질 것이기 때문에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천황사-구름다리 코스를 선택했다. 짧은 코스였지만 천황사를 지나니 돌의 경사가 높은 구간이 이어져서 난이도는 높았다. 쭉 이어진 대나무를 보며 피톤치드를 가득 마시며 열심히 올랐다.



안개 낀 산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지만 다음엔 맑은 날에 다시 방문해서 기암괴석과 탁 트인 풍경을 보고 싶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참 시원했다.



점심을 먹고 근처에 위치한 '새실 오브 앰비언스'라는 카페에 들렀다. 사진엔 없지만 신난 강아지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귀여웠다.


강진은 차가 유명하다고 해서 온김에 들른 설록다원. 가는 길의 풍경도, 차밭도 좋았지만 쨍한 초록일 때 모습도 궁금하다.

오랜만에 먹은 야식 메뉴는 족발. 신나서 마신 술로 꽤 고생했다. 재미난 일은 술을 마셔서 생기는 걸까 술을 마시기 때문에 재미있는 걸까.

1월 15일(일)
숙취로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저녁에 또.

정과 부담의 경계는 뭘까. 고민하다가 나와서 30%는 후회를 한다. 그리곤 싫어하는 것에 대해 다시 깨닫는다. 어른들이 보면 융통성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이 좋은 마음이란 것은 알지만 그건 세대의 차이일 수도 있고, 생각의 다름일지도 모른다. 여러 경험은 중요하지만 모든 걸 경험할 필요는 없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지만, 어쩌면 지금도 난 같은 종류의 선택을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건 수년간 쌓은 나의 느낌이기도 하니 무시할 수 없는 촉일지도. 비교적 열린 마음이라도, 궁금증이 있어도 급격한 환경 변화가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적당한 차단과 환경 정리는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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