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책]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본문
<평일도 인생이니까> 책에 이어서 친구가 추천해준 책. 편안하게 또 공감하면서 잘 읽혔다. 에세이를 읽는 맛이란 이런것인가 보다. 공감하면서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요즘 블로그를 쓰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기록하고 남기고 싶은 부분을 표시해두는데 이 책 역시 그러한 부분이 너무도 많았지만 또 너무 많아서 스킵한 부분도 많을테지만 그 안에서 운좋게 살아남은 부분만 적어보려고 한다.
P. 24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인생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착각이다.
미안하지만 새로운 인생 같은 건 여기에도 없으니 아마 저기에도 없을 것이다.
장소가 바뀌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새로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예전과 같지만 어딘지 예전과는 다르다.
나의 지금이 가끔 여행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렇게 긴 시간 쉼을 택한 것도, 나에게 집중하는 시기도 처음 겪는 일이니까 현실인지 아닌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예전처럼 돌아갈거라는 전제가 있으니 지금을 즐기자는 생각도 있었는데, 누군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거의 나와 지금을 겪은 미래의 나는 다를거라고." 이 문장을 읽으면서 그 사람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예전과 같지만 어딘지 예전과는 다른 내가 될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P. 43
사람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서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부딪치고 깎이면서 진짜 사람이 되어 간다.
좋아하는 것만 보고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언제나 가장 좋을 때 "그럼 여기까지"하며
쿨하게 자리를 뜨는 걸로는 영원히 성장할 수 없다.
좋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좋은 것들로만 내 주변을 장식하면 이후에 내가 맞닥뜨릴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내가 너무나 쉽게 무너질까 하는 걱정을 했다. 어찌되었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상황이 존재하기에. 30년 가까이 살면서 터득한 나의 방어기재일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한.
P. 98
젊어서 산화해 버리고 싶지도, 늙어서 회환에 젖고 싶지도 않다. 천재도 아니고 배짱도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지만 여전히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다.
유명해지거나 부자가 되는 것보다는 하루하루의 소박한 행복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
아직 못해본 것들에 대한 열망과 위로 향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살았다. 열심히 노력했나 자신에게 물으면 플러스 알파가 없었다고 종종 답변했다. 어디까지의 노력이 최고인 걸까. 나의 만족이란게 있는걸까 싶기도 했다.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기고 싶은 마음은 든다. 그런데 졌을 때 씁쓸한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으니 승부에 목숨을 걸지 않을 때도 있다. 소박한 것이 마냥 좋지도 않다. 다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할 뿐. 환경과 상황이 바뀌면 나도 다시 적응하겠지. 나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지 가끔 헷갈린다. 날 잘 아는줄 알았더니 착각이었나 보다.
P. 128
강한 여자들은 상처받지 않는 여자들이 아니다.
정말로 강한 여자들은 그레타나 영남처럼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들이다.
상처받는게 두렵다. 그래서 좋은 일이 생기거나 내가 너무 들떠있을 때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려고 한다. 실망하기 싫어서 마냥 기대하기 보다는 한단계 내려놓는 방법을 택한다. 좋은 점은 상처와 실망을 덜 받는다는 점, 조금 아쉬운 점은 분명 행복한 상황이지만 100%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그런데 이 단락을 읽고나니 조금은 상처 받는게 괜찮다고 생각했다. 두려워하지 말 것. 받으면 또 어때? 부딪히자. 열심히. 계속.
P. 145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 (중략) 시간이 있을 때면 고개를 쳐들게 마련인 불안과 망상과 욕구불만 따위를 잊게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일보다는 인생이다. 일의 바깥에도 삶이 있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다. 일이 우리를 의심이 없는 괴물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또는 자신이 만든 고치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그때가 비로소 잠시 멈춰 서서 의심해야 하는 때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의심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일을 하는 것, 일상을 차지하는 루틴은 나를 지켜준다. 회사에 대해 애정이 식어버렸을 때, 일도 동료들에 대해서도 더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을때, 점점 더 고인물이 되어가는 느낌에 난 결국 멈춰섰다. 그리고 변화를 주기 위한 새로운 행동과 시도를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현재가 나는 좋다.
P. 168
"좋아 보여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거"라는 마사코의 말에 사치에는 야무진 답을 내놓는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뿐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려면 좋아하는 일을 정말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P. 255
해변에서 사쿠라 할머니가 팥을 삶고 있다. 타에코는 가만히 서서 조용히 팥 냄비를 지켜만 보는 사쿠라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본다. 그 때 사쿠라가 말한다.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것" 그리고 가스레인지 불을 끈 후 덧붙인다. "초조해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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