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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부산 일상

3월의 이모저모

Jay 2025. 4. 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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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 부산 영도로 이사 왔다.

12월, 열심히 집을 채우고 정리하며 주변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1월, 운 좋게도 바로 일을 시작했다. 직전 경력이 도움이 되었는지 근처에 위치한 대학교에서 행정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전 직장에서 결핍을 느꼈던 부분을 채워주는 것 같았다. 내가 속한 부서는 일은 개별로 맡은 영역을 처리하는 것이었지만 팀을 관리하는 팀장이 있었고, 인사에 관련한 것 등의 시스템은 체계적이었다. 출퇴근이 차로 10분 거리며 버스를 타도 30분 정도라 정말 쾌적했다. 하지만 일이 너무 안 맞았던 걸까? 사람이 너무 많았던 걸까? 아니면 그냥 적응하기가 벅찼던 것일까? 첫 달은 처음이니까 부담 속에 다녔고 두 번째 달부터 본격적인 힘듬에 우울감이 찾아왔다. 첫번째와 두번째 회사를 거치면서도 이 정도로 힘들진 않았는데 유난히 견디기 힘들었다. 내 버팀 능력치가 낮아진 건지... 예전 끄적임과 사진을 찾아보니 난 항상 회사 초창기 때 설렘(긍정 회로)과 압박 및 부담을 느껴왔다.

아무튼 집에 오면 에너지가 없어 침대에 누워만 있고 싶은 몸 상태와 갑자기 눈물이 줄줄 나오는 나를 보며 결단을 내렸다. 생활비고 경력 단절이고 여긴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고. 아마 3월까지 다녔으면 더 병이 낫을 거다...

그래서 백수로 맞이한 3월.

우울감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냐면 줄곧 해왔던 사무직에서 이런 결과를 맞이하니까 또 다른 곳에 덜컥 입사했다가 같은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니 시작을 하기가 두려웠다. 돈을 벌고 싶어서 취직을 했는데 이 정도밖에 버티지 못한 걸 보면 난 나약한 인간이고 그만큼 절박하지 않은 거겠지.

아무것도 안 할 순 없고 가만히 있어도 심심하니까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중국어' 키워드로 모임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시작한 중국어 프리토킹 수업. 대학교 1학년 때 토익 학원 이후로 돈 내고 어학 학원을 등록한 적은 없었다. 당연히 중국어도 마찬가지고... 근데 수업도 아니고 스터디도 아닌 애매한 성격의 이 모임에 꽤나 큰돈을 내고 왔다 갔다 하는 게 말이 되나 싶어서 정말 다닐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독학만 하다 보면 결국 또 혼자일 테니까 나를 밖으로 이끌어 내주고 사람 만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꽤나 만족하면서 다니는 중이다. 난 이미 1년 치 돈을 냈으니까 열심히 다녀야 해...ㅋㅋ 그리고 다음 주부터는 영어도 시작한다!

 

그래서 3월은 잘 먹고

 

잘 쉬고 놀고

아파트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아님 주의)

 

일몰명소 장림포구

 

뷰가 좋은 스타벅스에 가고 싶었다. 임랑 해수욕장 근처, 평일 낮에도 북적이던 곳.

 

드디어 간 아르떼 뮤지엄! 볼거리 체험 거리, 재밌다
내가 좋아하는 야경

 

카페 만디 갔다가 영도도 모임 참석하러

 

조카랑 네찌 보러 서울도 다녀왔다.

 

그리고, 4개월 만에 방문한 목포.

  서울에선 거의 30년을 살았는데 고작 3년 반을 산 목포가 왜 이리도 반갑던지. 그건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었다. 부산에 가라고 어느 누구도 떠밀지 않았지만, 스스로의 선택이었지만 이사를 준비한 기간은 3년 반의 시간과 애정을 정리하기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정리되는 게 사람 마음이 아닌데, 그렇게 애정했던 도시를 내 생활을 그 터전을 어떻게 단시간에 정리를 하겠느냐고. 그렇다고 다시 목포로 되돌아가고 싶은 것도 향수병을 앓는 것도 아니다. 내가 부산에서 적응이 어려웠던 게 아니라 목포에서의 정리가 너무 급했던 것이라고. 달라진 주변 환경에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라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목포를 다녀오니 알겠더라. 모든 것이 내겐 급작스러웠던 거라고. 바뀌어버린 모든 환경에 스스로 관리가 안 되었던 것이라고. '적응? 까짓 거 뭐 어렵냐'며 날 너무 과대평가했다.

 

3월 말, 여전히 춥지만 봄은 온다. 

나도 잘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3/26일 오륙도 공원(수선화)
3/31 온천천 카페거리, 광안리 삼익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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