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본문

책을 60%정도 읽고 40%가 남았지만 이제는 반납을 해야하는 시기가 왔기에, 표시해 둔 부분을 위주로 발췌를 하고 내 생각을 조금 보태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가끔 보면 그때의 나는 왜 이 단락을 다시 보고 싶었을까 하는 페이지가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고는 '맞다 그랬지~' 라고 이유를 찾기도 하지만 '이건 도대체 왜지?'라며 절대 찾지 못할 때도 간혹 있다. 그래서 결국은 기록을 남길 때 그 부분을 다시 읽으며 선택된 부분만 남긴다.
P34-35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혼자 있는 것을 별로 고통스럽게 여기지 않는 성격이다. 매일 1시간이나 2시간,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고 혼자 달리고 있어도, 4시간이나 5시간을 혼자 책상에 앉아 묵묵히 글을 쓰고 있어도 별로 고통스럽다거나 지루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하기보다는 혼자서 말없이 책을 읽거나, 집중해서 음악을 듣는 쪽을 좋아했다. 혼자서 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생각해 낼 수 있었다.
(...)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 하루키는 혼자 있는 걸 즐길줄 아는 사람이다. 다만 20대의 10년 동안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타인과 어울려야만 하는 시간을, 또 사회 생활을 배웠고 그 경험은 소설 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한 온전한 시간을 확보하는 건 중요하다. 타인의 말을 들을 필요도, 이야기하지 않아도 괜찮은 자기만의 시간.
나의 20대는 어땠나. 이런저런 활동에 관심을 갖던 학부 시절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스스로 정해놓은 경계선 안에서 활동했던 느낌인데, 다시 돌아가면 그 경계선을 더 넓히거나 없애버릴 수 있으려나?)
여대를 다니던 나는 1학년 때부터 열심히 연합 동아리를 찾아 나섰다. 학교 내에서는 과에서 진행하는 모임에서 활동을 하고, 밖에서는 운동 또는 영어 토론과 독서 토론 동아리를 들어본 경험이 있다. 영어와 독서에 대한 강박은 그 뒤로도 끊임없이 이어졌고 매해 세우는 계획속에도 꾸준히 등장했다. 지금은 운동도 독서도 자연스러운 루틴에 녹아들었고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언어는 영어에서 잠시 중국어로 집중되었지만 영어에 대한 욕망은 다시 꺼내면 또 활활 타오를 거라는 걸 안다.
'인맥'과 '대외활동'(경험을 가장한 취업 준비)을 위해 끊임없이 외부로 시선을 돌렸다가 비교하고 고민하고 나아가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주변에서는 부지런하다고 칭찬도 했지만 간혹 뭘 그렇게 계속 하려고 하냐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부지런한가 생각해보면 그런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지만 대체로 몸을 잘 움직이는 편인 것 같다. 아무튼 내가 깨달은 바는 공동체 생활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서 노는 것도 마냥 즐거워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혼자 보내는 일정 시간이 꼭 필요하고 무료해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원하는 미래는 지금이랑 크게 다르지는 않는데 다만 경제적인 풍요가 더해지는 것 뿐. 나도 챙기고 주변에도 많이 베풀고 살고 싶다. 건강하게!
P57
주위의 여러 사람들은 내 결심에 반대했다. 혹은 고개를 크게 갸우뚱했다. 그들은 "가게가 이제 궤도에 올랐으니까 경영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 자신은 어디선가 좋아하는 소설을 쓰면 좋지 않은가"라고 충고해주었다. 얼핏 보면 일리가 있는 사고방식으로 보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당시 내가 전업 작가로서 살아남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충고를 따를 순 없었다. 나는 가령, 무슨 일이든 뭔가를 시작하면 그 일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정을 못 찾는 성격이다.
주변에 조언을 구할 때 자주 저지르는 실수는 내가 아닌 남의 말만 듣는 것.(물론 답이 안 나오니 조언을 구하는 것이지만 조언은 조언으로 듣고 스스로 상황에 맞춰 결정을 내려야 한다.) 상대방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그 사람의 경험에 기인한 것인데 간혹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더 뛰어나다고, 또는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한 친한 이들 몇몇에게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나를 향해야 하지만 밖을 보는 것이다. 물론 그 선택이 나를 만족시키거나 좋은 방향으로 이끌수도 있지만 대부분 또 다른 고민에 빠지고 결론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타인은 어떻게 살고있는지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시대에 해보지도 않고 눈으로 결정을 내리기란 참으로 쉽다.
하루키의 선택은 명확했고 정확했다. 가장이고 자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길을 선택해 나아간 모습이 인상적이다.
P62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을 때 강요받는 일을 예전부터 참을 수 없었다. 그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이 하고 싶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다면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했다.
강요받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했던 나와는 참 다른 사람. 아직도 그런 습관이 남아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글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그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기도 하고.
P63
내가 공부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소정의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든 마친 다음, 소위 '사회인'이 되고 나서부터다. 자신이 흥미를 지닌 분야의 일을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구해가면 지식이나 기술을 지극히 효율적으로 몸에 익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령 번역 기술도 그렇게 해서 나만의 스타일로, 내 돈을 들여가면서 하나씩 익혀 나갔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간도 걸렸고 시행착오도 거듭했지만, 그런 만큼 배운 것은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었다.
우리 사회가 저런 깨달음을 조금 일찍 주면 좋겠다. 남들처럼 공부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페이스가 있고, 개성이 있다는 걸. 그리고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같은 기준의 동일한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지...
P116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그래서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야한다. 핑계거리는 수두룩하니깐~
P161
내일이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 그것은 내일이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
걱정을 덜 필요가 있는 이유.
계획에 너무 목매지 말 이유.
도전하는 이유.
어떤것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남긴 글은 배울 게 참 많다. (여러 페이지 표시해 놨지만 너무 길어져서 생략하는 나... 미래에 다시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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