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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기억나? 작년에 종종 ‘철들지 않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했었잖아. 계속 어린 상태이고 싶다고. 얼마 전에 가수 결의 공연을 갔다 와서 좋은 노래를 몇 개 더 알게 됐어. 그중에 ‘성장’이라는 키워드의 노래를 들으니 너한테 편지가 쓰고싶더라고. 살아있는 동안은 변화와 성장, 그리고 안정을 계속 왔다갔다하지 않을까 싶어. 서로 다르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아? 안정된 일상이 좋다가도 변화를 원하고, 그럼 결국 성장과도 연결되기도 하니깐. 점점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너무 빠르게 흐르더라. 작년 이맘 때의 내가 보냈던 시간, 하던 일과 올해가 다르듯이 나의 5년 뒤, 10년 뒤의 모습이 궁금해졌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본지 오래됐기도 하고 말이야. 2016년 겨울 라섹 수술 전에 친구랑 카..
첫 회사는 두 번째 전공인 중어중문학을 살려서 입사했다. 하지만 첫 업무를 끝으로 더 이상 중국어를 사용할 일은 없었다. 국제회의를 운영하고 기획하는 회사였기에 외국어가 메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불만족스러운 게 많은 곳이었지만 장장 5년을 다녔다. 일이 바쁘기도 했지만 연차가 쌓이며 환경도 편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점점 도태되는 것 같아서 겁도 났다. 모르는 게 여전히 많은데 후배는 늘고, 책임은 커지는데 난 제자리인 느낌이랄까. 결국 오랜 고민 끝에 퇴사를 했다. 코로나 때문에 타의로 일을 쉬는 마당에 자의로 회사를 그만둔 나를 보며 주변의 걱정과 의문의 시선을 받았지만 나는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다. 퇴사 후 휴식을 위해 찾은 곳은 서울에서 기차로 2시간 반 떨어진 항구 마을 목포였다. 그곳에서..
잠결에 눈을 뜨니 내가 아끼는 잠옷이 보인다. 누가 저 옷을 입고 있는 거야? 머리는 왜 이렇게 무거운 거지. 누가 손을 올려놓은 것 같은데... 목마르니까 물부터 마셔야겠다. 그런데 바닥이 왜 이렇게 가깝지? 아니, 내 발은 왜 이래? 거울 속 나는 사람이 아니라 반려견인 포포의 모습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길 수가 있지? 이건 꿈일 거야. 아무래도 조금 더 자야겠다. 그런데 잠은 오지 않고 정신은 너무 말짱하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을 해 보자. 나는 분명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굉장히 집중해서 일하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목이 뻐근해서 스트레칭을 했고, 옆에서 편하게 자는 포포를 봤다. 그 모습이 너무 여유로워 보여 잠시 부..
두보 시의 한 구절인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 好雨知时节,当春乃发生。 随风潜入夜,润物细无声。 野径云俱黑,江船火独明。 晓看红湿处,花重锦官城 - 杜博(두보) 영화에서 몇 번 언급된 肥肠面은 쓰촨성의 유명한 전통 음식이다. 肥肠은 양이나 돼지의 내장이고 나도 곱창을 좋아하지만 이 음식을 즐겨 먹지 않았던 기억이... 부속고기가 많은 건 나도 감당을 못하겠다. 그건 돼지국밥도 마찬가지. 영화 배경이 쓰촨성이라 에전 여행기억이 희미하게 올라왔다. 청두팬더기지에 가서 레서판다도 보고 대나무 숲 구경도 하면서 점프샷도 찍었는데. 연분홍 남방을 입은 긴 머리의 그 장면을 기억한다. 사진은 어디에 있으려나? 시짜이랑 게하에서 먹은 맛있는 복숭아도 기억난다. 쓰촨성 운남성 쪽은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자연을 충분히 둘..
관심사에 따라서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다. 이 책도 그랬다. 정원사, 가드닝에 작은 물음표를 가졌을 때 책이 눈앞에 있었다. 아주 작은 호기심, 스쳐 지나가는 궁금증.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내 삶에서 지나쳐갈까? 아직까지는 그 정도가 몇 초에서서 십몇 년까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드닝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초록엄지(그린썸;green thumb)라고 한다. p26. 식물의 세계는 모르고 보면 정적이지만 알면 알수록 동적이며, 그걸 알고 보면 아주 작은 움직임도 쉽사리 눈에 띄어 그날그날 나만의 큰 이슈가 된다. 생명을 가진 것 중에 동적이지 않은 건 없겠지. 하지만 정적이라고 느끼는 건 보이는 것만 봐서 또는 관심의 차이인 것 같다. 뜬금없는 전개지만 어린 왕자가 생각나네, 장미, 여우 그리고... 어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