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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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너에게

Jay 2022. 12. 1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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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 작년에 종종 ‘철들지 않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했었잖아. 계속 어린 상태이고 싶다고. 얼마 전에 가수 결의 공연을 갔다 와서 좋은 노래를 몇 개 더 알게 됐어. 그중에 ‘성장’이라는 키워드의 노래를 들으니 너한테 편지가 쓰고싶더라고. 살아있는 동안은 변화와 성장, 그리고 안정을 계속 왔다갔다하지 않을까 싶어. 서로 다르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아? 안정된 일상이 좋다가도 변화를 원하고, 그럼 결국 성장과도 연결되기도 하니깐.

 

점점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너무 빠르게 흐르더라. 작년 이맘 때의 내가 보냈던 시간, 하던 일과 올해가 다르듯이 나의 5년 뒤, 10년 뒤의 모습이 궁금해졌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본지 오래됐기도 하고 말이야. 2016년 겨울 라섹 수술 전에 친구랑 카페에서 각자의 미래에 대해 적고 공유했었잖아. 썼던 내용 중에는 이룬 것도, 달라진 점도 있더라. 크게 바뀌지 않은 부분도, 예상치 못한 것도 있어서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해. 건강, 중국어, 직장, 연애. 큰 줄기는 그대로네. 이럴 때 보면 사람은 안 변하는 것 같아. 변한 게 아니라 숨어있던 모습을 다시 찾은 거지 않을까 생각도 해. 

 

아무튼 난 미래가 여전히 너무 궁금해. 요즘은 말야, 육체 노동을 했더니 정신 노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니깐? 제빵 보조를 하다니 그것도 신기해 그치? 근데 아르바이트다 보니 월급이 너무 적더라. 중국어 수업도 끝이 나니까 정규 일자리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나봐. 지금의 여유도 좋지만 빡센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마음? 또 지금 목포가 너무 좋으니 여기서 아파트를 하나 사면 어떨까란 생각도 들고. 큼직한 것들을 생각하면 돈 벌고 싶은 욕구도 올라가. 내 집이 생기면 가구도 하나씩 들이고 서울에 계신 부모님도 가끔 놀러와서 더 편하게 머무를 수도 있고. 저축해서 해외 여행도 가고 말이야. 집을 비우는데 마음이 더 편하지 않을까 싶어. 월세 아깝잖아 ㅋㅋ 목포 생활이 여행하는 기분이어서 별 생각없었는데 그래도 해외는 나가고 싶더라. 크리스마스에는 뉴욕을, 중국의 서부 여행을, 동남아 휴양지에서 스킨스쿠버를, 겨울에는 일본 온천으로. 일상이 따분하다가도 여전히 못해본 것, 배우고 싶은 걸 떠올리면 가슴이 뛰곤 해. 30년 동안 겪은 게 전부라고 생각 말고, 여전히 새로운 건 많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계속 나이가 들면서 따분해지는 것도 많을 테지만 지치지 말고 나를 위해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끼면서 잘 살면 좋겠어.

 

그리고 하나 더 궁금한 게 있어. 지금은 혼자 지내고 그 시간을 너무 좋아하는데 몇 년 후엔 곁에 누가 있을까? 내가 과연 가정을 꾸리게 될까. 만나는 사람이 없으니까 너무 예측 불가야 흐흐. 때가 되면 알겠지 뭐.

 

우선 올해가 지나기 전에 중국어 영상번역 일을 하나라도 해보고 싶어. 6개월 간 열심히 수업 들었으니까 실전도 한번 경험 해봐야잖아. 연말엔 괜찮은 업체를 하나 발굴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을 병행하든 번역 일만 하던 하겠지? 작년 초만 해도 pco였던 내가 직업란에 번역가라고 쓸 날이 오는 걸 상상해. 일을 병행한다면 n잡러라고도 부르겠지? ㅎㅎㅎ 뭐가 됐든 지금처럼 일상을 잘 살길 바라. 많이 웃고 건강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잘 챙기면서 말이야. 그럼 편지는 이만 줄일게.

 

2022년 9월의 마지막 날

제이가 아영에게

 


 

https://www.youtube.com/watch?v=xe76GHjFp8g 

 

<나무>

 

나는 아직도 어려서 그래

혼자선 간단한 건데도 서툴러

너와 함께 나눴던 예쁜 말들이

너를 보내고도 머물러있어

가끔 두려워져

우린, 우리가 없던 삶을

살아왔어도 꽤 괜찮았잖아.

나는 지금 나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되고 싶어

내가 더 크면, 그늘이 생길 테니

그댄 거기서 쉬면 돼요

가만히 옆에 누워서

그렇게 나와 있어 줘요

내가 더 크면, 그늘이 생길 테니

그댄 거기서 쉬면 돼요

곧 푸르른 내가 돼 있을 테니

잊지 말아줘요

잘 자라고 너를 재우고 나면

피곤하다던 나의 눈은 동그래져

생각이 켜지면, 또 잠 들지 못하고

혼자 우두커니 남겨져 있어

왜 난 이런 밤이면

이젠 상관없어진 미운 일들이 생각날까

나는 지금 나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내가 더 크면, 그늘이 생길 테니

그댄 거기서 쉬면 돼요

가만히 옆에 누워서

그렇게 나와 있어 줘요

내가 더 크면, 그늘이 생길 테니

그댄 거기서 쉬면 돼요

곧 푸르른 내가 돼 있을테니

잊지 말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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