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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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세 줄 일기

Jay 2022. 12.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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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월)

바람이 엄청 분다. 주말에 계속 외출을 해서 오늘은 일 끝나고 집에 콕 박혀있었다. 어제 장 본 것들이 도착해서 정리를 하고, 저녁으로는는 무생채와 된장찌개를 만들었다. 가을 무는 달다는데 왜 내가 사면 이리도 쓴 걸까? 그래도 설탕과 소금에 절이니 좀 낫다. 반가워, 당분간 든든히 내 밥상을 책임질 무야. 

 

10월 18일(화)

어제도 오늘도 계속 김장훈 노래를 듣고 있다. 그가 지난 주말에 열린 항구 축제에 공연하러 왔고, 집에 가다 들은 ‘난 남자다’에 반가웠다. 노래에 얽힌 추억은 없지만 과거엔 이 노래를 알았고 꽤나 유명했다. 유튜브에서 딩고 뮤직을 보다가 새로이 알게된 명곡을 추천한다. ‘허니’(지금 최애), ‘소나기’, ‘혼잣말’ 

 

10월 19일(수)

일터의 회식에 초대받았다. 덕분에 맛있는 회를 먹었다. 회식이 끝나갈 무렵 취한 누군가의 발언으로 분위기가 살짝 망가졌다. 본인의 이득을 위해 ‘나’위 위치를 교묘하게 이용한 그. 기분은 별로였지만 내색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좋은 의도로만 나를 초대했다고 생각해야지. 다들 날 좋아하니깐~

 

10월 20일(목)

‘9명의 번역가’라는 영화를 봤다. 제목으로, 또 황석희 님이 번역 했다는 이유로 스터디 동기들 사이에서 핫했는데 내용은 ‘음..’. 그나마 후반부로 가며 이해가 됐다. 프랑스 영화는 나랑 안 맞는다. 영화관을 나오니 밖이 아직 밝았고 항구-삼학도 공원 라이딩을 하면서 본 일몰은 참 충분했다. 

 

10월 21일(금)

오랜만의 바베큐 파티.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평소와는 또 다른 주제로 많이 웃었다.(메인은 사투리) 시끌벅적한 곳을 잠시 나와 조용한 곳에서 나눈 틈새 대화 역시 편안했다. 이 지인과는 유독 이럴때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무엇보다도 만들어간 유부초밥을 다들 맛있게 먹어줘서 기쁨!

 

10월 22일(토)

광양으로 장거리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갈 때는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산을, 올 때는 노을과 반짝이는 야경을 봤다. 저녁은 현지인이 추천해 준 숯불 닭갈비를 먹고 여수에도 들러 불 켜진 산단 구경도 했다. 집에 도착해 부랴부랴 줌을 켜고 중국어 동기들과 네트워킹을 하고 적는 토요일 일기. 

 

10월 23일(일)

커피 한 잔 하려다가 구름이 예뻐서 산책을 시작했다. 둘레길을 천천히 걸어 산과 바다를 보고난 뒤 카페로 향했다. 아인슈페너를 마시며 당을 충전하고, 빵도 사서 집에 갔다. 판타지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졸다가 로코로 장르를 변경했다. 윤계상의 역할이 현실적이라 친근했지만 그래서 싫었다.

 

10월 24일(월)

일어날 땐 괜찮더니 일을 시작하니까 가슴 언저리가 숨쉴 때마다 아팠다. 어제의 스트레칭 때문인지 어디가 아픈건 아닌지, 힘들어서 끝나고 바로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좀 나아지니 병원 가기가 귀찮다. 아마 근육통이겠지. 타임과 변역 복습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분량은 끝내서 마음이 가볍다.  



10월 25일(화)

갈비찜을 만들었다. 간장 베이스 말고 매콤한 게 당겨서 고추장, 고춧가루, 청양 고추를 조금씩 넣었다. 맛은 완벽했다. 자취하면서 조미료를 하나씩 샀더니 기본 양념장은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진간장, 올리고당, 설탕, 후추, 참기름, 다진 마늘, 하하. 아마 내일 점심과 저녁, 혹은 그 다음날까지 먹겠지.

 

10월 26일(수)

‘성덕’이라는 영화를 봤다. ‘정준영’ 팬이었던 감독이 ‘그’의 범죄가 탄로난 직후의 탈덕 과정과, 비슷한 경험을 한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의 너무 다른 이면을 마주하는 건 괴롭겠지. 오랜 기간 응원하고 의지했던 사람을 삶에서 도려낸다는 건 어쩌면 나도 도려내는 일일 테니.   

 

10월 27일(목)

머리가 복잡해서 집중이 안 된다. 핑계일까. 요며칠 나를 신경쓰이게 했던 일들로 과장님께 면담을 신청했다. 일정 부분 해소는 됐지만 그래도 유쾌하진 않다. 왜 그럴까? 의심하지 말고 그 말을 믿으면 될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 하는데… 집중해야 하는 평일 황금 시간을 흐지부지 보내는 중.

 

10월 28일(금)

드론쇼를 보러 노을 공원에 갔다. 300대의 드론이 종횡을 맞춰 움직였고 불을 껐다 켜고 알록달록 색을 변경했다. 심심하지 않게 계속되는 MC의 ‘웅장한’ 오디오를 들으며 ‘이 시나리오는 누가 썼을까?’ 생각했다. 일기를 쓰는 지금은 주마다 열리는 행사들을 각기 다른 회사에서 하는 건지도 궁금해졌다. 

 

10월 29일(토)

어제 가볍게 와인 한잔 하다가 유달산 일출을 보러 가는 일정이 생겼다. 원래 가고 싶던 곳은 월출산. 이런저런 사정과 핑계로 가지 못했지만 만족스러운 절충안이었다. 몇 달만에 본 일출은 여전히 멋졌고 든든하게 먹은 뼈해장국과 몸을 데우고 한꺼풀 벗겨낼 수 있던 목욕탕까지 너무나 완벽한 주말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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