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3월 첫째 주의 일상(feat. 상하이 여행) 본문

Daily/일상

3월 첫째 주의 일상(feat. 상하이 여행)

Jay 2024. 3. 10. 16:08
728x90
반응형

2월 26일(월)

곧 있을 연차와 해야 할 일들로 마음이 분주했던 월요일이었다. 동료들은 타 팀 행사장에 갔기에 오랜만에 혼자 먹은 점심 분짜샐러드! 양이 너무 많아서 한 번에 다 먹긴 힘들지만 맛있고 조용했던 식사시간이었다.

기다렸던 여권도 받고! 하나둘 실감이 나는 중국 여행...!

오후즈음엔 여유가 생겨 동료들이랑 자주 가는 옆 운동장 데크에서 휴식도 하면서 퇴근을 기다렸다. 이때가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일상이던 월요일.

몇 주 전 맛있게 먹은 순대국밥이었기에 자신있게 추천한 메뉴였는데 그때와 지금은 또 달랐나 보다. 맛이라는 것도 참 주관적이라 기분과 상황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르긴 하니깐. 그래도 뭐 맛있게 먹긴 했다. 

어쩌다 보니 요즘 평일 저녁치고는 근교 드라이브를 자주 하게 되는데 오늘은 그 장소가 활성산이었다. 꽤 화창했던 날이라 별이 잘 보일 것 같다며 시작된 야경 투어.

이미 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선물 같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라는 카페 사장님의 말로 새 시작의 기분을 안고 출발! 구불구불한 도로를 운전해서 올라간 정상 부근의 야경과 서로 좋아하는 곡이라며 하나씩 들려주던 음악. 그렇게 한 겹 또 한 겹 쌓인 시간은 관계를 정립시키기에 충분했으니까.

진짜 큰 생일 선물을 받은 하루. 생일 주간 시작

 

2월 28일(수)

비행기는 분명 낮 12시인데 기차도 적당한 시간대가 없고 갈아타야 해서 새벽 2시의 리무진 버스를 탄다. 인천공항까지 무려 4시간 15분 걸리는...! 그래도 환승 필요없고 안에서 자면 된다고 위안을 삼았다. 게다가 함께 기다려주고 배웅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조금 더 설레는 여행의 시작이었고,,,

진짜 이게 얼마만인지!!! 아침 6시 30분인데도 인천공항은 북적북적했다. 다들 어디를 가는지 웅성웅성 두리번두리번 들뜬 얼굴로 짐을 이리저리끌며 서로를 지나치고. 크크 내 마음이 그래서였는지 다들 똑같아 보였나 봐.

e-sim이 불가능한 핸드폰이었기에 유심을 수령하고, 잊고 있던 여행자보험에 가입하고, 소액 환전을 하고, 디즈니랜드 어플을 깐 뒤 그동안 몰아쳤던 감정과 사건에 대한 소회를 끄적이다 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좁은 좌석밖에 남지 않았다며 비상구 좌석을 주기 전 내게 중국어나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알량한 실력으로 얻은 자리에서 승무원이 중국어로 몇 가지 질문을 하는 그 순간마저 너무 즐거웠다. 

출발!

추억의 더커스, 컨더지. 유심 바꿔꼈다고 카메라 셔터음도 안 울리는 걸 보니 해외에 온 게 하나둘 실감 나.

ㅋㅋ 바보처럼 지폐 투입구에 카드 넣다가 역무원 아저씨 도움을 받아 카드를 꺼냈다. 이러면서 현지인과 말 한두 마디 더하는 거 이게 바로 여행. 다행히 카드엔 문제없었다!

숙소로 이동.

비도 오고 쌀쌀한 상하이 날씨라도 마냥 좋다. 그냥 즐겁다. 행복하다. 감격스럽고 신나고 들뜨고. 숙소에 빠르게 짐만 넣고 근처에 면요리를 먹으러 나갔다. 아.... 진짜 이맛이지 ㅠㅠㅠ 동그란 면도, 기름진 국물 안의 야채도, 반찬으로 나온 쏸차이도 어쩜 이렇게 맛있는지. 작지만 작지 않은 행복이었다.  먹고서 배앓이를 했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 

숙소 위치는 좋았지만(장소: 锦江之星 난징동루보행가) 꽤나 낡고 추웠다. 현지 통신사 이용이 아니라 한국에서 유심을 해 간 게 문제였는지 와이파이는 잡혀도 연결은 되지 않았다. VPN이 필요 없다고 해서 고른 유심이었는데 중국 자체의 통신 문제였을까 데이터도 엄청 느리고, 지도 어플도 지불 방식도 간혹 튕겨서 가끔 조마조마하면서 다녔던. 그래도 카카오톡 연결은 잘 되었기에 보이스톡엔 문제가 없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

비가 와도 와이탄은 봐야지. 반토막난 야경이라두 멋지네,,, 2011년, 2014년, 2016년, 2024년. 짧게는 2주 길게는 6개월을 머물던 상하이. 이렇게나 여러 번 들른 해외 도시는 아직까진 상하이가 유일하네.

그냥 들어가긴 아쉬우니깐 칵테일 한잔하고 천천히 건물 구경도 하고 요우즈도 하나 사서 숙소로 돌아간다.

칵테일 이름은 Wonderland. 

 

2월 29일(목)

4년에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생일 축하 메시지 ㅋㅋㅋㅋㅋ

자축으로 시작된 여행을 기념하며 찰칵. 생일 축하해!

아침 먹으면서 친구를 기다리고. 비가 하루종일 온 다 하니깐 우비도 신발덮게도 사서 신고서~ 가보자고 디즈니랜드!

에버랜드 상상위 버전 같은 느낌이었고 비 오고 추워서 사람이 진짜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이들 데리고 유모차 끌고 다니는 부모님들이 정말 많았다(정말 대단해)...! 대부분 바로 입장 가능했고 길면 10분쯤 대기하다 타던 기구들과 꽤나 한산한 편의 거리. 이 정도면 눈치 게임 성공이 아닌지! 

캐리비안의 해적, 주토피아의 기구들을 포함해서 영상을 보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타는 기구들이 많았는데 퀄리티가 정말 좋았고 그 세상에 들어간 듯 생생했다. 

점심을 먹고,

저녁도 먹고,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가 넘는 시간까지 알차게 놀았네. 왜냐면 불꽃놀이가 9시 15분 시작이었기 때문이지,,,

디즈니랜드뿐 아니라 몇몇 상점에는 이렇게 충전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 1시간에 5위안이었나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고 꽤나 편리했다.

스릴 있는 몇 안 되는 놀이기구 중 하나인 트론. 짧고 재밌당 ㅋㅋㅋ 이것도 평소엔 인기가 많아서 기본 1시간씩 기다린다고 하는데 우린 완전 프리패스였다. 정말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두 번을 탔지.

마지막에 피터팬 놀이기구를 타며 정말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 꿈을 꿨고. 피날레 불꽃놀이를 보면서 굿바이 디즈니랜드. 그리곤 빠르게 지하철로 향했다 ㅋㅋㅋ 중국인도 한국인도 별 수없는 포인뜨... 

두근두근 불꽃놀이~!

맑았으면 얼마나 예뻤겠냐마는 사람에 치이지 않고 기다리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 마무리. 다만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이것저것 신세만 지고 온 친구에게 감사 표시를 제대로 못했다. 不要客气没关系라며 무던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친구에게 감사를...! 언젠간 또 보답할 날이 있지 않을까?  

3월 1일(금)

드디어 비가 그쳤다! 근처 쇼핑몰에 들러서 아침 식재료를 사러 온 현지인, 음식 구경을 하다가 내 아침으로 고른 메뉴는 거위 덮밥! 역시 기름지고 맛있다ㅎㅎㅎ 느끼함이 갑자기 올라오긴 했지만 한두 입은 감격이었다.

소화시킬 겸 날도 맑아서 거리를 좀 걷다가 버스를 탔다. 교통 카드 혹은 동전으로만 결제가 가능한 대중교통~ 중국은 우리나라보다도 더 현금을 안 쓴다.

威海路。다시 갈 일이 있으려나,,

버스를 타고 거리 구경을 실컷 하곤 상하이 임시정부로 향했다. 뜻깊은 날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역시 이런 날은 사람이 많다. 한국인도 많다.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안 와본 것도 아니고 기다리면서까지 보고 싶던 건 아니어서 예전 인턴 생활을 했던 장소를 찾아갔다. 

반가운 徐家汇. 

지나다니던 길과 동료들과 다니던 식당 간판도 그대로였다. 신장위구르족 음식점과 월요일마다 1+1 행사를 하던 수제버거집 BLUE FROG까지도.

튤립 ♥

열심히 걸어 다닌 내 두 다리를 위한 마사지와 쏸차이펀스탕도 한 그릇하고 다시 충전.

밀크티 한잔과 밤 간식도 사서 양손에 하나씩 들고 다시 거리를 둘러본다. 진짜 노래방이 너무너무 가고 싶었는데 중국 KTV는 너무 웅장해서 혼자 들어가면 받을 의아한 눈길이 예상되니깐 대신 쇼핑몰 구경을 하기로 해. 

여기서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그랬는데!!! 혼자 와서 카오위와 훠궈를 먹지 못한다는 게 한이라면 한이었다. 

정겨운 간판, 추억의 음식들

KFC 앉아서 현지인처럼 외부 음식 먹고,,,

거울샷

구경거리가 많아서 즐거웠다. 샤오잔, 왕이보 포토 카드 살까 고민하면서 이런 내 모습이 또 너무 웃기고.

살 걸 그랬나,,,,

너무 좋았던 영화, 热辣滚烫。명대사는 “看心情”。

 

3월 2일(토)

내일은 아침 8시 비행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마지막날. 중국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 중 하나였던 공원이나 와이탄 강변에서 조깅하기. 공원 구경 겸 이곳저곳을 달렸다. 쌓인 피로와 운동 안 하던 하루들이 쌓여 3km도 꽤나 힘들었다,,,^^

퉁퉁 부은 눈

중국엔 공원이 많은데 규모도 크고 운동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중장년층의 단체 운동하는 모습이라든지 혼자 태극권(?)과 같은 수련(?)을 하는 광경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길빵도 여전하다. 너무 독해..

이건 무엇이냐 하면, 짝 찾기의 모습이다. 종이에는 인적 사항이 적혀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직업과 나이, 키 등의 신체조건도 있고, 본인의 특징과 집과 차가 있는지, 상하이에 주소를 두고 있는지 어필도 하며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점들에 대한 나열. 중매쟁이인지 부모님인지 모를 중년층들이 왔다 갔다 서있고. 참 재밌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화창한 상하이는 참 예쁘다.

그래도 샤오롱바오 한번 먹어야지 하면서 추천 메뉴를 먹었는데 별로였다. 역시 비싸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지.

샤오롱바오만 보면 콩 한쪽 나눠먹듯 서로를 챙겼던 팡쯔가가 생각난다. 그때 참 어리고 귀여웠는데ㅎㅎㅎ 

편의점에 들러서 발견한 요거트. 이렇게 생긴 비닐 요거트 처음 봤을 때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이것보다 더 싸구려 같은 비닐에 쌓인 대추 요거트... 정말 맛있었는데 요즘은 안 나오는지 안 보였다. 아숩넹.

체크아웃을 하고 짐도 맡기고 맑은 날 한번 더 찾아가 보는 와이탄. 정겨운 풍경. 멋진 건물.

도삭면을 먹고 지친 몸 충전을 위해서 카페에 왔다. 아늑한 카페를 찾고 싶었는데 아침 달리기의 여파인지 쌓인 피로 때문인지 이미 지쳐버렸기에... 무려 첫 커피다. 밀크티고 마셔야 했고,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거의 마지막 날이 돼서야 마시는 검은 물. 내게 필요했던 건 조용한 클래식이었는데 카페 배경음악은 상하이 아주머니들의 대화소리가 전부였다. 그래도 한참 앉아있으며 눈 감고 쉬고 일기도 쓰며 여유를 가졌다. 

지꽁바오도 그냥 밥도 먹고 싶었는데 도삭면이 이겼다. 먹고 싶은 음식이 한가득이었다고 정말~~

날씨가 좋은 주말의 난징동루 보행가는 전날보다 훨씬 활기찼다. 이미 빨릴 대로 빨려버린 기는 탕후루로 애써 보충하고 부랴부랴 기념품 사서 다음 숙소로 이동.

 

그리고 마지막 만찬. 넘넘 맛있고 즐거웠고 이젠 집에 가고 싶어요....!

한국인인 거 티 나는 거 아는데 옆에서 "한국인 어쩌고~" 쑥덕거리는 소리 들을 때 왠지 모를 뿌듯함이. 외국인인데도 이렇게 잘 먹고 잘 다니는 스스로 대견한 마음이랄까,,,

 

3월 3일(일)

4시에 일어나서 공항까지 가는 호텔 버스를 타고 가득 찬 짐과 사람들을 보며 중국인 걸 다시금 실감했다. 

2010년 첫 여권의 시작이 중국 상하이였는데 2024년 두 번째 여권의 시작도 마찬가지인 걸 보니 참 남다른 인연이구나 싶다. 스타트는 끊었으니 앞으로도 굉장한 일들이 펼쳐질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해본다. 

또 봐 중국, 그리고 상하이.

---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이동하고 이동하고 이동하니 오후 4시가 되었다. 리무진 버스는 없었고 부랴부랴 KTX를 예매해서 타고 왔다. 선물 받은 "가녀장의 시대"를 읽으며, 이루마의 노래를 들으며 입석의 시간을 이겨내고 마주한 목포. 

 

5m 앞 반겨주는 사람이 보였다.

여행은 끝났지만 새롭게 펼쳐질 날들이 기대된다.

728x90
반응형

'Daily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 셋째 주의 일상  (1) 2024.03.19
3월 둘째 주의 일상  (2) 2024.03.19
2월 넷째 주의 일상  (1) 2024.03.02
2월 셋째 주의 일상  (1) 2024.02.19
2월 둘째 주의 일상  (2) 2024.02.1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