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3월 첫째 주의 일상 본문
2월 28일(월)
오랜만에 일등바위 등산. 하늘이 정말 깨끗하다.
점심은 피자! 얇은 도우 말고 두꺼운 피자가 먹고 싶었다. 날씨도 좋고 크게 춥지 않으니 테이크 아웃을 해서 근처 어딘가에서 먹으려 했는데 덕분에 때이른 피크닉을 했다.
'양을산 어딘가' 목포대학교 뒤 편.
만나면 재밌는 친구, 이색적인 장소에서 피자 먹기.
사람 안 다니는 줄 알고 중간에 세워 놨다가 산책하는 아주머니의 핀잔을 듣고 다시 주차했다.
(오솔길 같기도 하고 'GOD-길' 생각난다고 했더니 너무 오래된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오래됐는데 처음 박힌 이미지는 쉽게 교체가 안된다. ㅋㅋㅋ 반복학습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카페에서 어제 못 먹은 크로플을 먹었지!
백수라 이렇게 갑작스러운 약속도 잡을 수 있고 좋구만.
하지만 오늘은 이번 주 과제가 올라오는 날이라 집으로 돌아와서 부랴부랴 컴퓨터를 켰다. 정식으로 한 번역 과제라서 피드백이 너무 궁금했거든~
그런데 난 왜 홀로 청개구리 같은 짓을 했는가?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선생님이 말한 '처음부터'라는 부분은 찾지 못했고, 그냥 '나는 다르게 이해했나 보다'라고 결론 내렸다. 가만 보면 순서대로가 아니라 뒤죽박죽,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그리고 대충 할 때가 많은 나.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종종 그런다. 모르겠는 이유는 이유가 없기 때문. '그냥'이기 때문. 그렇다면 모르는 게 아닌 건가!
아무튼 바깥바람을 조금 쐤다고 지쳐서 피드백 영상은 침대에서 봤다. 그리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폴 댄스 수업을 들으러 나갔다. 빠지면 내 손해니깐 휴
오늘 배운 동작은 엘보와 오금을 걸어서 매달리는 자세다. (오금의 위치는 무릎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이다. 나도 폴 댄스 배우면서 처음 알았다) 아픈 게 무섭다. 아픈 걸 알기에 몸에는 계속 힘이 들어갔고 매달리기가 겁이 나서 중간에 계속 멈췄다. 사실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폴 동작을 연습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아픈 게 무서워서 멍 때리면 시간은 바로 지나가니까 계속해서 연습한다. 다행인 것은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제대로 따라 하면 그날 배운 동작 하나는 완성할 수 있다는 것? 금세 까먹긴 한다. 그래서 찍어둔 사진이나 영상을 보며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하지만. 팔은 쓰라리고 오금도 아팠지만 동작은 완성했던 날. 기운이 빠져 있었는데 한 마디 칭찬으로 기분이 춤추던 날. 가르쳐주는 사람이 필요한 이유. 다음날 내 오금엔 큰 보라색 멍이 있었지만 영광의 상처라는 생각에 조금 뿌듯했다.
3월 1일(화)
아빠의 환갑 축하 파티를 위해 서울에 갔다. 내일로 티켓으로 끊었더니 좋은 시간대는 없어서 새벽 기차를 탔다. 무려 4시간이 걸리는 KTX 서대전행.
비 오는 목포.
편의점을 못 들러서 기차 안 자판기를 이용했다. 커피를 산 이유는 물이 품절이라서~
앞머리 뽕 절대 지켜~
실은 눈 찔림 방지의 목적이 크다.
점심엔 스칼렛과 함께.
롯데월드가 아주 조금 보인다. 4월이 되면 호수를 따라 벚꽃이 잔뜩 피겠지.
바깥 날씨가 좋지 않아서 우린 계속 안에만 있었다. 밥 먹고, 풍선 사고, 이것저것 구경 하다가 커피 한 잔하고 안녕.
생각보다 맛있던 애플크럼블 스콘. 촉촉해서 좋았다.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밖은 환하고 하늘은 맑길래~
네찌는 나만 보면 산책 가자고 말하는 것 같다. 아주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꼭 베란다에서 밖을 한 번 보고 나를 쳐다보지. 내 피로보다 너랑 산책이 우선이라 나간다.
집에 돌아오니 이미 아빠가 도착할 시간~ 결국 다 같이 풍선 불었다. 화목한 우리 집 허허. 묘하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서울에 온 목적 달성★
신난 정 아저씨. 나이 61세. 축하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십쇼 아부지♥
둘째 등에 저렇게 기대서 잔다. 노란색도 참 잘 어울려.
3월 2일(수)
걷자 네찌야...
유난히 역마다 사람들이 많이 탔다. 빠른 열차라 그랬나.
용산역을 지나칠 때는 꼭 밖을 봐야 한다.
노트북 맛집 KTX.
열심히 과제를 한다.
엄마 욕심으로 김치와 고춧가루를 바리바리 싸 들고 와서 무거웠지만 그 와중에 찐빵이 먹고 싶어서 들른 가게.
5개 5,000원인데 아저씨가 하나 더 주셨다~!
자기 전까지 팡위안, 쑹쿤밍.... 열심히 과제를 한다.
3월 3일(목) - 3월 4일(금)
촉박한 서울행의 여파였나 몸이 계속 늘어졌다.
침대는 추워서 온도를 올리고 바닥에 누워 있었더니 조금씩 정신이 차려지고
쏸라펀 재료에 대패와 버섯, 숙주 넣고 야매 마라탕으로 먹고~
다음날은 계속 먹고 싶었던 엽떡 로제 떡볶이를 먹었다.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이쯤 되면 난 무증상 이(었)거나 약하게 지나간 게 아닌가 싶다. 주변에서 다들 걸리고 있으니까.
3월 5일(토)
새 그릇 개시! 양파 카레를 만들어 먹었다.
이틀을 집에만 있다 나오는 날이라 많이 걷고 싶었는데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분다. '강풍주의보'의 날.
사전투표를 하고 카페에 가서 책 읽고 강아지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 사장님은 퐁당 쇼콜라를 직접 잘라주셨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정겹고 새롭다. 하하..
향긋
바람은 많이 부는데 하늘은 너무 파랗고...
세일하는 올영에 들러 김부각과 당근 토너 패드를 사고 동네를 배회하다가 친구를 만났다.
약속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약속을 잡고,
시장에 들러 장을 봤다.
청경채, 두부, 애호박. 이천 원이지만 삼천 원 분량의 앞다리살을 사고,
편의점에서는 4개에 만 천 원하는 맥주를 사서 귀가.
석양이 정말 예뻤겠지? 우리 집에선 안 보이지만.
만개의 레시피 어플의 '7분 김치찌개'를 참고해서 저녁을 만들었는데 아주 훌륭한 맛이났다.
영화는 '리틀 포레스트'
기억하자!! IPA는 나랑 안 맞으니 다음엔 사지 말 것~~! 올영 김부각도 당분간 생각 안 날듯 해~ 2+1이라 새로운 맛 먹어 본다고 황태랑 다시마까지 골고루 샀는데 콩 마요네즈 김부각이 제일 맛있다. 먹을 거면 콩 마요 맛을 사던가 아니면 그냥 과자 먹기로.
맥주가 너무 썼다. 안 그랬으면 아이스크림 생각이 안 났을지도 몰라.
쓰레기 버릴 겸 집 앞 마트에서 재난지원 카드로 야무지게 긁었다. 아주 요긴하게 쓰는 중~
주말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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