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12월의 일상 4 본문
12월 19일(월)
눈이 많이 온 출근길. 한 줄로 이어진 발자국이 귀엽다.
서울분식의 쫄라, 오래된 가게는 정겹다. 다음엔 돈가스를 먹으러 와야지.
정명여중과 유달산의 눈 내린 풍경.
자담 간장+오리지널+소보루 맛 치킨을 먹었다. 간장 치킨이 정말 맛있었고 옆 테이블에서 2번 주문해 먹는 짬뽕맛이 궁금했다. 우린 너무 배가 불러서 차마 시키지 못했고,,, 다음엔 맵슐랭이랑 짬뽕을 먹으러 와야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자담 포토존.
조이의 러시아 디저트.
12월 20일(화)
막내가 보낸 털 밀기 전후 사진. 둘 다 귀엽지만 이미지가 너무 다른 것,, 우린 털뭉치를 더 좋아하지. 깎으러 가는 걸 아는지 얼굴 표정도 왠지 억울하네.
눈 내린 유달산 등산. 일몰은 멋졌고 크게 한 번 넘어질 뻔했다. 겁이 없었다. 낮아도 아이젠이 필요하다.
등산 중엔 아무 생각이 없기도 하지만 어떤 생각에 집중하기도 있다.
하고 싶은 일 하려면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해. 그 일을 하려면 우선 이력서(굉장한 반감)를 많이 써야 한다.
그리고 은혜의 벌칙 시. 내가 준 키워드는 '정원사'와 '파티시에'. 어쩜 이리 감성 풍부한 시를 지었을까. 벌칙 준 나 칭찬해.
저녁은 샐러드 우동과 군만두. 에어프라이기로 군만두 만들어 먹으면 정말 맛있다. 요즘 최애,,
12월 21일(수)
나나의 초대로 상천의 비건 음식회(?)에 다녀왔다. 구운 감자에 들어간 허브맛이 좋았다. 외국의 맛,,,
그리고 르셀르 커피.
거울 앞에서 찰칵찰칵 삐그덕 삐그덕.
저녁은 하바드 치킨 모임! 오랜만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하바드는 옛날 치킨이라는데 크기도 크고 담백하고 맛있다. 세 명이 먹었는데도 충분했다. 게다가 친구들이 가슴살파여서 닭다리가 다 내 차지였다 크크. 곁들일 음식으로 과카몰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아보카도가 후숙이 필요했다. 차선책인 참치 크래커로 변경했지만 여전히 맛있고 즐거운 시간. 다음 모임도 기대합니당.
12월 22일(목)
내일 놀러 오는 친구들에게 주려고 마들렌을 만들었다. 계란:설탕:버터 비율이 1:1:1이다. 영상은 쉬워 보여도 가끔 요상한 결과물이 나오는 쉽지 않은 베이킹.
두근두근~
짜잔!
나쁘지 않다. 에프 온도가 높은 건지 색갈이 짙었지만 시식해보니 꽤 괜찮다. 마들렌 배꼽도 조금 나왔고 ㅎㅎㅎ 마들렌, 휘낭시에는 하루 숙성시켜 먹으면 더 맛이 좋다고 한다.
12월 23일(금)
여행 디데이!! 밤부터 계속 내린 눈으로 주변이 새하얗다. 목포도 점점 눈이 많이 오는 걸까?
렌트를 했지만 결국 취소하고 목포 안에서 놀기로 했다.
예쁘게 몰아치는 눈을 뚫고 향한 곳은 나주 곰탕 식당. 뜨끈한 온돌 바닥과 따뜻한 탕으로 몸을 이완시켰다.
그리고 동네 디저트 가게에서 에끌레어를 먹었다. 점심도 후식도 완벽한데 밖은 예쁘게 눈이 내린다.
눈멍의 시간을 보내고 평화광장으로 향했다.
일본 영화 감성,,,
겨울의 윤슬.
오락실에서 게임 한판하고 아바타 2를 봤다. 내용은 잘 모르겠고 영상미는 훌륭.
눈이 많이 와서 원래 가기로 한 아구수육 집도 영업을 안 했다. 오히려 좋아~ 걸어갈 걱정, 택시 못 잡을 걱정이 없으니. 선택지가 줄어서 확실한 장소를 고를 수 있었다. 로지 투어 시작~
하루 종일 먹고 얘기하고 웃었다. 멀리서 놀러 오는 친구들이라 꽉 채운 섬 여행을 계획했지만 날씨의 영향으로 일정을 바꿔야 했다. 지금은 서울에 살지만 나보다 더 오랜 기간 목포에 살았던 친구들. 계획이 틀어지고 할 게 없을까 봐 내심 걱정했는데 비는 시간도 없이 알차고 편안한 하루였다. 동네 주민일 때 놀러 가면 항상 드러눕게 되고 뭘 하지 않아도 집에 가는 시간이 늦어졌는데 장소가 우리 집으로 바뀌어도 똑같았다.(ㅋㅋㅋ) 나도 즐거웠지만 친구들도 잘 먹고 놀다간 것 같아 더 좋았다. 선택하는 곳마다 맛있던 음식도 한몫했다. 곰탕과 에끌레어, 후토마끼, 크림우동, 토마토스튜, 하이볼 그리고 제일 큰 발견은 별빛 청하..! 혼자서도 몇 병이고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소주 모양의 화이트 와인이다.
12월 24일(토)
예상치 못한 일은 갑자기 찾아온다. 작은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난 첫 손주라 어릴 적에 예쁨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작은할아버지와 작은할머니도 나를 많이 예뻐해 주셨다. 아기 때 내 눈이 머루알처럼 까맸다던 그녀의 말은 여전히 생생하다. 동갑내기 소년이지만 호칭은 할아버지(였나 삼촌이었나)였던 많은 사람이 오가던 오래전 명절 때부터 직계 가족만 모이는 소규모가 될 때까지 작은집은 항상 함께였다. 작은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떠나신 뒤 작은할머니도 몸이 아프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정정한 모습이셨다. 지난 추석에도 얼굴을 뵀는데. 식사를 하시는 모습이 아직 내 머릿속엔 생생한데... 최근 몇 달 사이 병세 악화로 요양 병원에 가신 뒤 코로나로 증세가 심해지셨다고 한다.
물리적 거리는 멀더라도 심적으로는 꽤 가까운 사이. 하지만 명절에만 만나는 사이. 서로의 존재에서 힘을 얻는 사이. 혈연관계, 친척.
장례식장의 분위기가 싫다. 많이 가보진 않았지만 괜히 눈물부터 나온다. 요즘은 결혼식만 가도 그런데 한두 살 먹으면서 엄한 곳의 눈물샘이 고장 난 것 같다.
인사를 하고 자리를 조금 지키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죽는 건 뭘까? 우리는 매일 죽음을 향해 간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힘들다. 어찌해도 결론은 '허무'로 향한다. 나를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게 '무'가 되어버린다. 결국 생각을 멈춘다. 그냥 일상을 산다. 소소한 생각을 끄집어내며 걱정되지도 않는 것들을 걱정한다. 마치 무서운 영화를 보고 장면을 잊기 위해 재빠르게 예능을 보며 현실로 돌아오는 것처럼.
언젠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지, 결국 운명이니까. 그런데 그걸 단련하고 싶지는 않다. 단련은 경험으로 쌓는 거니까 할 수 있다면 계속 거절하고 싶다.
12월 25일(일)
네찌가 있어서 다행이다. 작고 귀여운 생명체.
주말이라 그런가, 아니면 내가 이벤트를 만들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아니 사실은 있던 약속이 바뀌고 다른 일로 채워져서 그럴지도. 타의로 바뀐 계획, 자연과 인명은 손쓸 도리가 없다. 예전 같았으면 아쉬웠을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은 없다. 그 마음을 가지고 있어 봐야 속상하기만 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인지 뭔지. 인간 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무기력하게 살 순 없다.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하니까. 내 마음은 내가 정할 수 있으니깐. 내 선택엔 의미가 있으니깐.
12월 25일 저녁 7시 30분.
돌아왔다.
사람과의 거리가 가까운 곳으로.
따뜻한 저녁이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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