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코로나 극복기 본문
3월 21일(월)
평소와 다름없이 (하지만 당분간 하지 못할) 평일 아침 운동으로 시작한 월요일이었다.
등산객이 동백꽃으로 예쁘게 만들어 놓은 하트♡
아침은 여유롭게 보내고,
평범한 날이었다.
다음날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까.
3월 22일(화)
알바 첫날.
총 세 곳에서 알바 면접을 봤다. 공교롭게 모두 베이커리 카페였고 최종 선택은 제빵 보조 일이었다. 빵도 좋아했고, 아침부터 낮까지 하는 알바 시간도 적당했고, 주휴수당도 있고, 집에서도 가까우니 잘 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만이기도 하고 서서 일하기에 육체적인 피로가 컸다.
빵을 옮기고, 바게트를 자르고, 소스를 바르고, 반죽을 평평하게 펴고, 청소를 하니 어느덧 퇴근할 시간! 휴~
집에 오니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몸살 걸린 것처럼 온몸이 아팠다. 머리는 울리고 손발은 저리고... 육체노동의 힘듦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후유증이 이렇게 셀 줄이야. 오전 알바를 구한 건 오후에 내 시간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피로도가 높았다. 뭐 첫째 날이기도 하고 차차 적응되겠지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힘이 없고 몸이 아픈 게 이상하긴 했다. 집에 오자마자 요가 매트에 늘어져 있다가 안되겠어서 보일러를 틀어서 따뜻하게 몸을 데웠다.
4시간을 누워있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 와중에 선택한 저녁 메뉴는 단호박 죽. 쓱 배송으로 주문해 놓은 애물단지 단.호.박. 저번에 한 번 껍질 까면서 그 고생을 해놓고 이번에도 또 샀다. 마침 호박죽이 먹고 싶었고 단호박은 너무 저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에 있는 찹쌀가루로 새알심도 만들 수 있었다. 재료까지 완벽하니 안 만들 이유가 없었다. 결국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 죽을 만들었다.
(껍질을 다 까고 손이 정말 아렸다. 전자레인지에 위아래로 뒤집어서 2분씩 총 4분을 돌렸는데 모자랐다. 더 돌릴까 고민하다가 수분이 날아가는 느낌이라 말았는데 단호박 껍질은 정말 단단하다. 힘이 많이 든다. 그래서 껍질이 조각조각~)
건강하게 살겠다는 강박인지, 내 몸은 내가 챙긴다는 의지인지 아픈 와중에 단호박을 만들어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친구가 듣더니 소름 돋아했다....ㅋㅋㅋ
그래, 이 정도면 혼자 살아도 된다. 아파도 밥할 힘도 먹을 힘도 있고 그 와중에 기록도 하고~
그런데 사실은 모처럼 시작한 알바인데 하루 일했다고 그만두는 사람이 될까 봐 겁났던 것 같다. 그래서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고 푹 자면 내일은 괜찮을 거라는 믿음으로 만든 음식이었다. 먹고서 부디 내일은 아프지 말라고🙏
3월 23일(수)
이튿날. 눈을 뜨니 몸은 괜찮았다. 단호박죽과 혹시 몰라 먹고 잔 몸살 약 덕분인가.
알바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4시간을 누워있던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알바를 하고 돌아와서도 평상시처럼 생활했다.
저녁에는 폴 댄스도 다녀왔다.
그런데 밤부터 다시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따뜻하게 샤워를 하고 약을 먹은 뒤 침대로 들어갔다.
3월 24일(목)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불편하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다. 몸살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다. 결국 알바는 쉬기로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 정도면 바로 양성이 나오려나 싶었는데 검사 결과는 약양성이었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의사선생님 눈에는 줄이 미세하게 보인다고 했다. 결국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 보건소로 향했다.
신속 항원 검사가 아닌 PCR 검사는 처음 받아본다. 병원에서 한 신속 항원과 보건소에서 받은 PCR 모두 목구멍에 한 번, 코에 한 번 면봉을 찔러 넣는다. 면봉은 더 길고 정말로 눈물이 찔끔 났다. 그전에 이용했던 자가 키트와는 확실히 달랐다.
인후통 증상이 너무 명확해서 양성일 것 같았다. 감기로 인한 인후염과는 느낌이 달랐다. 난 기침도 없었으니깐.
랜덤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코로나 걸릴 줄은 몰랐다. 그것도 알바 시작하고 이렇게 바로 몸에 증상이 나타나다니 참 웃겼다.
일 시작과 동시에 몸이 너무 피곤해서 이번 주에 잡힌 약속도, 과제도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는데 역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코로나가 알아서 정리해줬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3월 25일(금)~28(월)
확진 문자를 받았다. 차주 수요일에서 목요일 넘어가는 자정까지 격리를 해야 한다. 총 7일. 동거인이 없어서 다행이면서도 불편하다. 음식은 대체로 배송시키면 되지만 시간이 안 맞을 경우, 배송 불가일 경우에는 역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람은 혼자 살 수만은 없나 보다. 이미 주변에 걸린 사람도 많았고, 들은 이야기들도 있어서 미리 사다 놓은 약과 건너 들은 정보가 있어서 크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외출을 할 수가 없으니 바뀐 약을 타거나 필요 물품을 살 때 등에는 확실히 외부 도움이 필요했다. 나 역시 주변에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하라고 말 하지만 막상 내 차례가 왔을 때 상대방에게 요청/부탁의 말을 꺼내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먼저 이야기해 준 친구들이 있어 조금은 수월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고마운 친구들... ♥ 주변 지인과 친구들에게 감사한 시간이었다. 나 역시도 많은 의지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격리 이틀 차, 나의 경우 목의 통증이 심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목이 정말 아프다. 건조해서 그런지 기상 직후가 제일 많이 힘들고 낮에는 따뜻한 물을 마시면 되니까 조금 낫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도 침을 잘 안 삼키게 되니까 아픔의 빈도를 줄일 수 있다.....ㅋㅋㅋㅋ
그 외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과 가끔 기분이 안 좋기도 하다. (그런데 집중력 감소는 핑계인 것 같다하하하)
초반에 약 먹었을 때는 졸음이 많이 왔다. 인후통에 초점을 맞추어서 두 번의 약을 받아서 각각 5회분씩은 먹었는데 속이 안 좋았다. 음식은 특별하게 먹은 게 없는데 약이 영향을 줬던 것 같다.
인후통 발생하고 5일째로 넘어가던 밤이 수면의 질이 가장 낮았고, 식욕도 없었다. 목이 아파서 그런지 밥 생각도, 간식 생각도 없었다. 약만 아니었으면 밥도 안 챙겨 먹었을 텐데 그럴 수 없었다. 약효도 모르겠고 속도 안 좋았지만 삼, 사일은 꼬박꼬박 약을 먹었다. 잘 때는 무조건 가습기를 틀고, 몇 번 깨서 고생한 뒤로는 젖은 수건도 머리맡에 두고 잤다.
그리고 6일 째 되는 날, 조금씩 낫는다. 그리고 7일 째인 오늘은 급격이 목이 완화된 느낌?
++
뭐 먹을지 생각하고, 밥 해서 먹고, 설거지 하고, 과제 하고, 딴짓 하고, 책 조금 읽고, 드라마 왕창 보고, 영화 보고
사실 격리 기간이라해서 별 다른 일은 없었다. 몸이 안 좋고, 야외 활동을 못하는 것 뿐, 익숙해진 생활이라 그런지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격리가 풀리면 내일부터 알바도 다시 가야한다....!
- 목 아플 때 땅콩 먹으면 최악. 사레들린다. 견과류가 목 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썩 좋지 않다. 아무튼 자극적인 음식은 최소화하고 목이 아프기 때문에 무조건 꼭꼭 씹어 먹어야 하니 보통 국물 위주의 음식이 당긴다.
- 춘식이 가습기. 정말 작은 탁상용인데 심적으로 많은 의지가 된다. 없었으면 큰일 날 뻔.
- 비타민이 좋다고 해서 오렌지를 매일 하나씩 먹었다. 하지만 달콤새콤 한 것은 삼킬 때 정말 고통스럽다.
- 용각산, 배도라지청, 목도라지청 모두 기분으로 먹는 것~
3월 29일(화)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서 쓱배송을 시켰다. 내일은 격리가 끝나는 날이니까 나에게 특식을 제공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오늘 저녁 6시 이후에 배송되는거라 기다리고 있었는데! 품절 문자가 왔다. 주문한 음식 중에 메인이었는데, 큐브스테이크 만들어 먹으려고 양파도 사고 파프리카랑 버섯도 샀는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냥 고기 사 먹자. 격리 풀리면 식육점에 가서 직접 살거다!라고 생각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그래서 김피탕(꿔)으로 대체~
++
격리 기간에 밥은 엄청 열심히 차려 먹었다. 심지어 투두리스트에 내일 뭐 먹을지 또는 뭐 먹어라~ 고 쓰기도 했다. 중간에 식욕이 없는 시간이 있긴 했지만 하루도 가지 못했고 약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잘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격리 기간 중 먹은 음식>
- 부추 무침 / 고구마 카레 / 참치 미역국 / 크림 파스타
- 잔치국수 / 빵과 오렌지 / 닭가슴살 샐러드 / 라면과 꿔바로우 / 김치볶음밥
- 김치국수 / 누룽지와 오렌지 / 프렌치 토스트, 우유 / 두부면 샐러드 / 김피꿔(탕수육 대신 꿔바로우)
최근에 영화 '줄리&줄리아' 보면서 제일 재밌었던 부분.
나랑 너무 잘 맞는 줄리아 :)
얼른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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