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책] 여름의 빌라 ★추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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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름의 빌라 ★추천★

Jay 2022. 1. 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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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예쁜데 이불에서 찍으니 보호색 같네

 

 

책 표지가 예뻤다. 친구의 다이어리에서 발견하고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반납을 하루 앞두고 읽기 시작했는데 빨려들어가듯이 자리에 붙어서 읽었다. 총 8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이 되어있다. 소설인지 현실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인물들은 다채로웠고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에 대한 묘사가 "이런게 바로 소설이구나" 싶었다. 

 

 

시간의 궤적에는 "나" "언니" "브리스"가 나온다.

나와 언니의 사이는 오르막길, 정상, 내리막길을 걷는다. 서로 잘맞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틈이 생기고, 상황이 변하면서 관계도 변한다. 지금은 연락하고 있지 않지만 한때 많이 친했던 친구가 생각났다. 어째서 관계는 영원히 유지될 수 없는걸까. 영원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평생이 아니기에 현재의 상황에 더 충실하게 되었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내년, 내후년에도 연락을 할지는 미지수니깐.

  • 안주를 지향하지만 탈주를 동경하고, 고독을 좋아하지만 타인과의 결합을 원하는 나의 모든 면(p18 중)                -----> 나도 그렇다.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양가적인걸까, 간사한 마음일까.
  • "그건 나쁜 거 아닐까. 언니는 남의 가정을 망가뜨리고 싶어?"(p36 중)                                                          ------> 멋지다고 생각했던 언니의 어느 부분에 대한 나의 시선 변화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문장.. 
  • 끝나버린 인관관계를 두고 회피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상대가 주제넘게 조언하는 바람에 의가 상했다거나, 알고 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거나, 혹은 떠날 사람과 남을 사람은 처지가 다르다거나 어차피 외국에서 만난 인간관계란 오래 지속되는 게 아니라고.... 우리는 아직 숨이 남아 있는 관계를 어쩔 수 없다는 듯 방치한 채, 자신을 빼놓고 결별의 이유를 설명하는 수많은 버전의 이야기들을 만들어온 경험이 있다.(p272 해설 중)    -----> 진짜 글 너무 잘써서 감탄....

 

 

아주 잠깐 동안에

  • "집에까지 찾아오는 것이 이상해서 죄송하다고 하니까 오천원이라도 좋다더니, 또 죄송하다니까 천원이라도 좋다는 거야. 그래서 싫다고 했는데, 그렇게 보내고 나니까 마음이 너무 안 좋은 거 있지? 천원이 뭐라고 난 그랬을까?"라는 유의 말을 그가 옷을 갈아입는 방안까지 따라오며 전하는 그런 밤이면, 그는 그녀를 끌어안아주면서, 우리는 안고 있어도 왜 이렇게 고독한 것일까, 속으로 되뇔 뿐이었다.(233 중)

-----> 사람이란 뭘까. 선의와 호의를 베푸는게 나를 위한 것인지, 남을 위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가 노인에게  행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공감갔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마음이 떳떳하지 못한 것 역시도.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엄마가 할부로 사서 거실에 꽂아놓은 세계문학전집이었다. 엄마는 소설을 읽는 사람이 결코 아니었지만 엄마에겐 중학교에 올라갈 딸을 위해 전집을 마련해주는 일이, 평생 읽지도 않던 신문을 구독 신청하고 매일 아침 논설란을 오려 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아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p243 중)

-----> 과학 책 시리즈, 역사 책 시리즈 등 우리집에도 다양한 묶음의 책이 많았다. 어릴 때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엄마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는 걸 안다. 한두푼도 아닌 몇십권 묶음의 책더미를 때가 되면 구매하고 바꾸고 했던 그녀의 성실함.

초등학교 때만 해도 매주 특정 요일마다 학교에 신문 더미를 내고 종이를 받는 규칙이 있었다. 부모님이 한창 신문을 볼 때의 이야기고 그 이후에는 국어 실력을 위해서 였나 아침 자습을 위해서였나 우리를 위한 신문 구독을 했었다. 백수린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예전 기억을 끄집어 낼 수 있어서 현실 반영(과거의)이 잘 됬다고 느꼈다. 

책 속에 나오는 "다미"와 "나"의 관계도 참 재밌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어쩜 그렇게 잘 쓸 수 있는지 감탄, 또 감탄...

 

 

그 밖에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의 주인공이나 "흑설탕 캔디"의 할머니라든지 매 소설마다 주인공의 이야기가 현실적이며 사소하고 개인적이다. 너무 좋은 책은 나도 모르게 빠르게 훑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보면서 다시 곱씹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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