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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상번역가로 산다는 것(함혜숙 지음)

Jay 2022. 2. 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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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길, 또는 앞길이 궁금한 일에 대해 먼저 가본 누군가가 남겨준 기록은 정말이지 많은 도움을 준다.(책을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막막할 때, 헷갈릴 때, 자기 확신을 얻고 싶을 때 가끔 꺼내서 읽기로 했다.

영상 번역가의 고충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출판 번역과 영상 번역의 차이, 그리고 영상 번역 안에서도 더빙/자막의 구분까지 다양했다. 시청자의 눈과 지식은 나날이 높아지고 모든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번역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타깃을 누구로 정하느냐에 따라서 단어 사용이 달라지는 점도 신기했다. 언제부터인가 경계하고 있는 태도 중에 남이 한 일에 대하여 쉽게 평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판단하기는 쉽다. 막상 내가 해보면 어려운데 무심코 던진 말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 영화관에서 또는 OTT 플랫폼을 통해 영상을 보면서 가끔 들리는 한 문장, 한 단어를 보며 왜 저런 번역을 했을까 의구심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해당 국가의 문화를 잘 몰랐나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희박한 확률도 오역일 가능성도 있지만 내가 오만했던 것 같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어렵다. 직역, 의역에 대한 고민도 시대적 맥락과 국민 정서까지 고려해야하는 부분까지. 이렇게나 다양하고 방대한 노력과 고민의 종류를 미리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할 게 많지만 갈 길도 멀지만 왜인지 설레이고 기대가 된다.

이미 본 영화나 드라마, 책을 다시 보거나 갔던 곳에 또 가는 일은 내가 잘 하지 않는 행위다. 내가 쓴 글을, 끝마친 숙제를 다시 읽는 건 참 싫었다. 그런데 생각을 거듭할수록 반복 학습은 중요하다는 결론이 지어진다. 그리고 다들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니깐. 한 번 봤다고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지도 않은데 단편적으로 생각나는 부분들로 이미 경험했다며 착각하고 새로운 것을 찾기 바빴다.

영화 안경에서 내가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 A가 B에게 해당 장소에 언제까지 있을 거냐는 질문을 한다. 그리고 B는 “질릴 때까지”라는 답변을 한다. 이제껏 "질리다"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써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정말로 질릴 때까지!


<기억에 남는 부분 정리>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나 자신만 떳떳하고 자부심을 가지면 그만일 텐데 타인의 시선에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 때면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콤플렉스인 걸까. 내가 이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걸 인정받고 싶은 걸까. (...) 번역에 올인하되, 인생의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말기를. 번역가가 되지 못해도 그건 실패가 아니라고. 직업은 삶의 수단으로 삼아야지,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영상 번역가의 자존감 중에서 (p45)

위의 말은 비단 영상 번역가라는 직업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스스로가 좋고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가끔 말도 안 되는 사소한 일에 흔들릴 때가 있다. 분명 어제는 '번역가 지망생'이라고 스스로 타이틀을 부여하며 힘을 얻다가도 오늘의 나는 조금 무기력했다. 남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점을 나에게 대입하면서 “이래도 되는 걸까”, “메인은 공부니까 당분간 생계 수단으로 삼을 일은 그 전의 경력을 살려서가 아닌 다른 어느 것도 정말 상관없는 걸까”. 내 안의 답은 명확하고 그걸 알면서도 가끔 동요는 찾아온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금방 또 회복된다.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기준은 언제나 “나”.


정보는 주고받아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정보를 공개해야 그게 잘못된 정보가 아닌지 점검할 수 있다. (...) 다른 번역가를 경쟁자로 보지 않고 동료로 생각하면, 번역가로서 활동영역이 더욱 넓어진다.
- 프리랜서의 재산, 동료 중에서 (p51)

요즘은 꽁꽁 숨긴다고 새어나가는 걸 막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물론 어렵게 얻은 정보를 공유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실력을 쌓으며 좋은 건 서로 공유하자는 저자의 마음에 큰 공감이 갔다. 또 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사훈이 생각났다. “네가 살아야 내가 산다” 그때는 웃어 넘겼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서로 연대하고 상생하기. 비빌 언덕이 있다는 건 마음에 큰 안정을 준다.


<영상 번역이 적성에 맞을지 판단하는 법>
1. 영화와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해야 한다.
2. 혼자 있는 걸 즐길 줄 알아야 한다.
3.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4. 글쓰기를 좋아해야 한다.
5. 집중력이 높고 꼼꼼해야 한다.
6.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
7. 불안정한 수입에 초연해야 한다.
8. 조직 생활보다 자유가 좋다.

온라인 수업을 신청하기 전에 이 대목을 보고 힘을 얻었다. 안 해봐서 모르지만 그리고 결코 번역과는 안 맞다고 생각했던 전적이 있지만 해보자고, 직접 해봐야 아는 것이니 우선 시도해보기로.


(마무리)
의문이 들 때 6부 영상번역가의 유쾌한 반란 부분을 다시 읽어볼 것. 지난 회사 생활도 떠오르며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생각도 하고, 좋은 동료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부록 1에서 추천해 준 책은 한 권씩 읽을 것.
1. 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이원석 저)
2. 단어의 배신(박산호 저) : 배신이 아니라 사실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거,,,
3. 그런 여자는 없다(게릴라 걸스 저, 우효경 역)
4. 번역을 위한 변명(그레고리 라바사, 이종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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