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책] 아무튼, 술 본문
술배는 따로 있다(p65~)
크루즈 여행에 대한 로망은 딱히 없었는데 바다 한가운데에 갇혀서 적당히 맛있고 적당히 맛없는 음식과 함께 마음껏 마시고 먹고 자고 마시고 게임 하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는 생활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작가가 말한 엔진이 만들어내는 술병안에서 술이 흔들리는 소리도 듣고~
술이 인생을 바꾼 순간(p75~)
무엇을 유머의 소재로 고르는지 혹은 고르지 않는지, 그걸 그려내는 방식의 기저에 깔린 정서가 무엇인지는 많은 것을 말해주니까
냉장고 문을 닫는 순간 몇 시간 후 시원한 술을 마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듯이, 신나서 술잔에 술을 따르는 순간 다음 날 숙취로 머리가 지끈지끈할 가능성이 열리듯이, 문을 닫으면 저편 어딘가의 다른 문이 항상 열린다. 완전히 '닫는다'는 인생에 잘 없다. 그런 점에서 홍콩을 닫고 술친구를 열어젖힌 나의 선택은 내 생애 최고로 술꾼다운 선택이었다. 그 선택은 당장 눈앞의 즐거운 저녁을 위해 기꺼이 내일의 숙취를 선택하는 것과도 닮았다. 삶은 선택의 총합이기도 하지만 하지 않은 선택의 총합이기도 하니까. 가지 않은 미래가 모여 만들어진 현재가 나는 마음에 드니까.
술과 욕의 상관관계(p107~)
일단 사람을 놓고 등급을 따지는 식의 태도는 뭐가 됐든 별로다. 작은 부분 하나를 가지고 전체를 판단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도 별로다. '맞춤법이 사람의 품격을 좌우한다' '구두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다' 같은 말들도 그래서 싫어한다. 맞춤법 중요하지. 근데 그걸로 사람의 품격을 매긴다고? 맞춤법 잘 지키는 사람이 틀리는 사람에 비해 격이 높아? 정말? 그 잘난 구두 하나로 누구의 인생을 판단한단 말이야? 남의 구두를 보고 남의 인생을 판단하는 사람의 협소한 인생 정도는 판단할 수도 있겠다. 그런 점에서 내 눈에는 욕하는 여자에게 쏟아지는 곱지 않은 시선도 곱지 않았다.
와인, 어쩌면 가장 무서운 술(p125~)
와인이 몇 모금 남지 않았을 때, 고민이 시작됐다. 아직 다 읽어내지 못한 이 오묘한 와인의 맛을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채로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마음과 음식을 곁들여 찬찬히 즐겨보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 이것은 3박 4일짜리 단기 여행에서 잘 알지 못하는 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깊이 탐험해보고 싶은 마음과 하루쯤은 숙소에만 머물러 여유롭게 쉬어보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과 비슷했다. 그리고 늘 전자에게 후자가 지고 말았지. 하루 더 있으면 모를까, 그러기에 3박 4일은 너무 짦은 것이다. 늘 '모자란 하루'처럼 한 잔이 모자랐다.
혼술의 장면들(p141~)
그렇게 시원소주 한 병 반과 냉채족발 소짜 한 접시를 말끔히 비우고 일어서며 안 먹고 갔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사람들 때문에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냉채족발과 반주를 놓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날 이후 지금까지 8년간 단 한 번도 부산에 여행갈 기회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때 먹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른다.
<궁금한 칵테일>
- 블러디 메리(보드카 베이스+토마토 주스+타바스코 소스+우스터 소스+소금+후추)
- 블러디 마리아(블러디 메리에서 술 베이스만 보드카에서 테킬라로 바꿈)
- 위스키 봉봉(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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