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우울에서 기대가 되는 과정 본문
(지난 일기를 보니 우울함에 끄적거렸던게 분명한데 일기는 기분이 안 좋을 때 더 쓰고 싶나보다)
요며칠 나를 괴롭히던 고민이 있다. 그놈의 알바, 그리고 직원. 하필 읽고있던 책 내용 중에서도 현대에는 신분 제도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노예'는 존재한다는 의미의 대목을 보았던 터였다. 일터에서 받는 대우가 마치 신분 차이를 느끼게 했고(황당)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근 일주일을 고민했을까, 사실 더 오래 고민했지만 최근엔 꽤나 골칫덩이처럼 느꼈다. 그리고 이렇게 신경이 쓰일바엔 차라리 관두자고 생각했다.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굉장히 혼란스러웠고 홀로 끙끙거리다가 '그래도'라는 마음으로 과장님께 면담을 신청했다.
내가 느꼈던 감정과 문제점에 대해 잘 말했는지, 그는 제대로 이해했는지, 내가 이 말을 한 게 잘한건지, 그를 믿어도 되는지, 이대로 가도 되는지, 면담이 끝나고도 엄청 후련하진 않았다. 왜일까? 아마 내 자신이 지금 불안정해서 의심 투성이라서 그럴 확률이 높겠지. 남이 무슨 말을 하건 제 믿고 싶은대로만 믿고 싶을 때, 지금이 이런 상태일까. 그러니 우선 의심은 멈추고 믿기로 했다. 그의 말을. 그리고 나도 내 자리를 지켜보기로. 너무 많은 걸 신경 쓸 필요도 없으며, 조금 내려 놓아도 되니까. 잘 보일 것도 없지만 이렇게 신경을 썼던 걸 보니 '눈치 있이' 행동하고 싶어서 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왠지 나한테 필요해 보여.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오늘 오후는 그러지 못했다. 찝찝함, 우울함이 뒤섞여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아서 둘레길 산책을 하고 왔다. 그래도 완전히 풀리진 않았다. 아무 때나 전화할 수 있는 상대는 역시 가족이라 점심에는 아빠, 오후에는 엄마와 통화를 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다고 엄마는 내 기분을 금세 알아차렸지만 그냥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를 댔다. 세상에 부모님이 계셔서 다행이라는 안도와 사라짐에 대한 공포 몰려왔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니 기분은 좀 나아졌다. 다시 받은 엄마의 전화에도 쾌활한 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었다.
뚝딱뚝딱 불고기를 만들어서 맛있게 먹고, 반가운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한껏 하소연을 털어내고 그가 알려준 마라톤을 신청했다. 그러고 보니 첫 마라톤을 함께 한 것도, 달리기를 시작한 것도 이 친구 덕이었네. 너도 내 '귀인'인가 봐. 아무튼 힘을 얻었다. 내일 뛰는 연습을 하면 나의 체력에 당황하며 '10KM가 장난이니?'라며 스스로를 질책할지도 모르지만 ㅎㅎㅎ 기분은 좋다. 기대된다. 기대하는 것이 있어야 생활에 활기가 도는 것도 맞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기대해.
어쩌면 PMS 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