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꿈 공모전 2편 본문
잠시만 안녕
중국에 다시 가겠다는 일념으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상하이의 한 공관에서 6개월간 인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정말 원해서 간 중국이었지만 졸업을 한 상태였기에 진로 고민도 컸다. 종료일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조급해졌다. 현지에 남아 취업을 할 것인지, 돌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비자도 만료되고, 경제적인 상황도 불안정했던 나는 한국을 선택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인 초청을 하는 업무로 기획사에 취직했다.
우선 돈을 벌고 싶었다. 인턴을 가기 전처럼 단기 알바를 전전하며 취업 준비를 병행하기는 싫었다. 대학 등록금까지는 당연하게 지원받아 생활했지만 졸업도 한 상황에 부모님께 계속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중국어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먼저 경제적인 기반이 필요했다. 경력을 쌓다 보면 다른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회사 생활은 5년간 이어졌다.
입사 후 6개월이 흘렀다. 업무 패턴에 익숙해지니 다시금 중국어 공부에 대한 마음이 생겨났다. 눈여겨보던 직업은 동시통역사였다. 하지만 당장 회사를 그만두기에는 일렀다. 직장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며 통번역 대학원에 들어간 사람의 인터뷰와 공부 수기를 읽으며 미래를 꿈꾸었다. 평일 저녁도, 가끔은 주말 오후도 야근을 했기 때문에 제일 확실한 시간대는 토요일 오전 반이었다. 사실 내 실력으로는 오후반 수업 난이도가 적절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 단계 높은 반을 들으면 더 열심히 할 거라는 오만한 마음도 있었다. 치밀하게 계산한 거였는데 욕심을 덜 부렸다면 난 지속할 수 있었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두 달 만에 수강 생활을 종료했다. 수업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한 달이 지나니 본격적인 야근이 시작되어 공부 시간 확보가 힘들었다. 몸이 피곤해지면서 의지도 사라졌다. 그 후 일, 이 년은 오로지 회사 생활에만 집중했다.
바쁜 시기가 지나니 고질병처럼 다시 진로 고민이 시작되었다.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인가, 동시통역사 공부를 시작할 것인가 며칠을 진지하게 생각했다. 4년 차의 나는 달콤한 현실을 택했다.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았고, 일정 범위 내에서 마음껏 소비했고 주말을 기다리며 평일을 버티는 현실 안주형 직장인이었다. 다시 수험 생활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동시통역사는 여전히 매력적인 직업이었지만 그 위치에 오르기 위해 몇 년을 열심히 공부하고 안정적으로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돈, 시간, 노력을 쏟을 의지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무엇보다도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잊을만하면 찾아와 가슴을 뛰게 하더니 결국 몇 년에 걸친 바람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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