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2월 첫째 주의 일상 본문
1월 31일(월)
설 전날은 전을 부친다. 동태전, 호박전, 꼬치, 버섯전, 동그랑땡, 굴전(제사상에 올리진 않음) 그리고 각종 무침을 한다. 무침은 손 맛 좋은 작은 고모가 주축이 되고, 우리 세자매는 보통 전 부치기에 투입된다. 밑간을 한 동태를 계란물에 담궜다가 기름이 가득한 그릴에 올린다. 노릇노릇 구워진 전은 옆의 통으로 옮겨져 한 김 식힌다. 그리고 나머지 전도 순차적으로 굽는다.
막 구워진 전을 하나씩 집어 먹는다. 주방에 있는 엄마와 고모, 할머니의 입에도 하나씩 넣어드린다. 한바탕 전을 굽고 나면 술상을 만들어서 소주 한 잔과 수다로 잠깐 쉬어간다. 작은 아빠가 가져온 드립백 커피, 커피 가루와 주전자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집에서 가져온 베이글에 크림치즈도 발라서 먹는다. 어제 빚은 만두도 가져와서 또 먹는다.
코로나라서 잘 안모이는 가족도 많은데 다들 가까이 살고 있는 친가는 자주 모인다. 멀리 떨어져서 살기도 하고 사회인이 되어 일을 하고 부터는 명절이나 생신 때나 할머니댁에 간다. 일 년에 고작 두 번 남짓. 보고싶은 마음도 약간의 의무감도 있다. 막상 만나서 얼굴 보면, 시덥잖은 이야기 하면서 웃으면, 가족이라 할 수 있는 대화를 할 때면 왜인지 뭉클하고 따뜻한 감정이 올라온다. 시간은 한정적이기에 더 소중한거겠지.
어느정도 제사 음식을 마무리 하면 우리들은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 아빠는 할머니 댁에서 주무시고 우리는 다음 날 일찍 집에서 다시 할머니댁으로 이동한다. 집에서 자는 게 편하기도 하고 네찌도 혼자 있기 때문.
그리고 함께 산책.
저녁은 꿔바로우와 마라탕~!
(배고프다....)
1월의 월말정산.
2월 1일(설날)
눈이 많이 와서 조심조심 운전하는 중. 조수석에 타는 게 젤루 편하지~
해가 엄청 크고 붉었다.(오전 8시)
새배를 하고 새뱃돈도 받았다. 안 주셔도 되는데.... 그래도 항상 기분은 좋다! 올해는 다시 돈을 벌거다~
밥 먹고 막내랑 산책하는데 오락실을 발견했다. 현금이 아주 유용하군.
손펌프와 농구 한판.
설날에도 일하는 베라.
2월 2일(수)
아침엔 네찌랑 산책하고
쇼핑겸 도넛 사러 둘째와 청량리 롯백에 다녀왔다.
청량리 역 근처엔 고층 아파트가 빠르게 세워지는 중.. 청량리 롯백은 가깝고 서점도 있고, 쇼핑도 할 수 있어서 자주 왔는데 이 날은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크리스피는 기본이 젤루 맛있다.
곱창을 좋아하는 둘째. 안 먹으려고 했지만 늦게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먹은 사람 결국 나.
소화시킬 겸 알바가 곧 끝나는 막내 마중길에 나선다.
해가 지고 있는 중. 어디에서 봐도 예쁜데 건물도 참 많은 우리 동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돌아보다가 어릴 적 사촌 오빠가 살던 동네에 가보았다. 사촌 오빠와 작은 할머니는 바로 옆에 살았는데 작은 할머니는 아직도 그곳에 계신다. 작은 할머니가 살고 계신 빌라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변했다. 오빠가 살던 곳은 사라졌고 우리가 자주 가던 슈퍼도 없어졌고 도로가 생기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당연하게도 흔적도 없다. 문득 우리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방에 옹기종기 앉아서 하던 슈퍼마리오 게임팩, 오빠가 자주 흉내 내던 홍콩할매(난 보지 않은 영화라 어떤건지는 잘 모르지만 허리춤에 수건을 차고서 흉내를 자주 냈던 기억이 있다), 왕자와 거지라고 불렀던 묵찌빠 게임까지. 고모네 집 구조도 이 기억도 여전한데 나는 너무 많이 커버렸다. 어린 시절 사촌들과 즐거웠던 기억이 많다. 배 농사 짓는 할머니댁에 매주 모여서 일손을 돕기도 하고,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삼촌 차를 타고 놀러가기도 하며 지냈던 주말의 어느날들. 더덕을 캐기도 하고, 고추밭에서 잠자리를 잡으면서 해가 질 때까지 돌아다녔다. 겁이 많던 나는 잠자리를 꼭 두 손으로 잡았다. 한 손으로 잡으면 잠자리가 이리저리 흔들어서 날 물을까봐 무서웠거든. 겁은 많았지만 호기심도, 주변 사물에 관심도 많던 나는 여전한 것 같네 크크
내 품에서 자는 네찌. 갑자기 손 뻗더니 이러고 잔다.
장난치면 하지 말라고 손을 뻗는데 꿈에서 누가 괴롭혔나?...(혹시 나?)
귀여워,,,,
2월 3일(목)
머리 하는 중
의사 소통의 오류로 갑자기 앞머리가 생겼다.
원래는 뿌리 염색+귀 뒤로 넘어가는 옆머리를 목적으로 갔는데 미용실 언니가 머리 색 예쁘다고 왁싱이랑 같이 하면 얼마에 해준다고 날 꼬셨다.. 파마 하고 싶은 마음 VS 새롭게 염색 하고 싶은 마음으로 고민하다가 간 미용실이었는데 언니가 저렇게 말하니까 바로 넘어가 버렸지 뭐. 어쩌다보니 몇 년만에 앞머리가 생기고 탈색 머리는 푸른빛으로 염색이 되었지만 맘에 든다.
그리고 에블린을 만나서 하이디라오를 갔다. 훠궈도 하이디라오도 정말 오랜만. 너~~~~~~무 맛있었다. 조만간 또 가고싶은데 그러려면 서울와야하는데 ..... 나랑 훠궈 먹으러 갈사람?... 목포에 훠궈 맛집을 찾아봐야지.
네찌랑 밤산책.
2월 4일(금)
막내랑 카페 투어.
치즈케익이 먹고 싶었당.
추운 날은 날씨가 맑다. 안쓰는 중국어 책은 당근 나눔도 하고, 다음 카페로 이동.
동생은 공부하고 나는 책을 읽었다.
나도 글감 쌓아서 산문집 내야지(언젠가)
올림픽 관심 없지만 대한민국 나오는 부분 보고 싶어서 한참 기다렸다.
어떤 키워드로 소개할지 궁금했는데 #역동적#BTS#기생충#김연아#5대 궁궐 이었다.
2월 5일(토)
둘째가 살게 될 집을 보러갔다.
잘 안 다니는 곳이라 아빠는 길을 잘못 들기도 하고 실수로 단지 내 보도로 들어가기도 했다.(ㅋㅋㅋ) 그리고 점심 먹고 졸음이 몰려왔는지 같이 그릇 구경하다가 차 안으로 돌아가서 홀로 휴식을 취하셨다.
아침에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엄마, 아빠한테 나는 누구를 닮았냐고 물어봤는데 엄마의 대답은 대개 그렇듯 "성격은 아빠"였다. 그걸 물어본 건 아니었는데!! 심지어 딸인데 예쁘다도 아닌 평범하게 생겼다고 하는 빈말도 못하는 우리 엄마~ 그런데 공교롭게 점심을 먹은 식당의 아주머니가 나와 아빠를 보자마자 닮았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닮았다는 이야기도 많이 안 듣지만 아침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들어서 신기했다.
보니타 하우스랑 모드니에 들러 동생이 사용할 냄비, 그릇 등의 식기를 구매했다.
세일 중인 것도 많았지만 예쁜 건 역시 비싸다.
난 빌레로이앤보흐랑 웨지우드가 맘에 들었는데 다 영국 브랜드였네?
2월 6일(일)
지수랑 남양주 카페거리 드라이브를 했다.
운전 주행 기록 중 크크크
전날 구경한 그릇의 여파인지 음식을 보면서 이곳의 그릇은 어느 브랜드일지 생각했다.
소금빵 맛있다.
배웅하는 울엄마. 정리하고 서울 올라오라는 울엄마. 목포가 너무 멀다고 서울에서 독립하라는 울엄마.
보영이도 곧 분가하는데 딸들이랑 가까이에 살아야 좋지 않겠냐는 말에 엄마랑 같이 살면 좋은데 혼자 살면 더 좋다고 말했다. 잘 살고 돈도 많이 벌어서 효도 할거다.
약 열흘간 머물렀던 서울을 떠나 다시 목포에 왔다.
디퓨져 향으로 집은 향기로웠지만 방바닥이 너무 차갑다.
버킨도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었네~
짐을 정리하고 엄마가 챙겨 준 반찬도 냉장고에 넣었다.
푹~ 자고 나의 일상을 시작해야지.
유난히 짧은 2월,,,
분명 알찰거야. 잘쓰자 시간, 아깝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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