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1, 2

 

 

사랑이라는 건 좀 복잡한 거야. 가장 훌륭한 것이면서 또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가장 큰 불행이기도 하니까. 자네도 언젠가 알게 될 걸세. 사랑은 우리를 아주 많이 아프게 할 수 있지. 하지만 쓰러지는 것을, 특히 사랑에 빠져 쓰러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돼. 사랑은 아주 아름다운 거니까. 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이 원래 그렇듯 우리 눈을 부시게 하다 못해 눈을 아프게 하지. 그래서 사랑이 가고 나면 울게 되는 거라네.

1부, p130

-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 이야기로 가득 차있다. 스릴러에 로맨스 몇 방울인지 로맨스에 스릴러가 몇 방울인지.

- 현실에선 범죄, 소설은 소설로만 읽었다.

- 놀라가 불쌍하다. 아버지가 조금 더 용기를 냈더라면, 애를 위해 병원을 먼저 갔어야지 너무 오랜 기간 회피했다. 회피형, 잠수형 진짜 별로...  

- 그래서 결국 범인은 누구냐. 빙글빙글 돌면서 범인 찾기 게임하는 책. 수사는 원래 다 그런 거려나? 재밌게 읽었지만 약간 길었다. 

 

"마커스,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뭔지 아나?"
"아뇨."
"그 사람을 잃는 것이네."

(해리와 마커스의 대화), 1부, p293

상실.

"어떻게 생각해요. 마커스? 그애가 옳았나요, 틀렸나요?"
"모르겠어요"
"나도 마찬가지요. 내가 아는 거라곤 오직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이고, 일단 선택을 했으면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것뿐이지요."

(게할로우드 경사-마커스의 대화), 1부, p423

"더 나빠졌어. 태머라는 여전히 나한테 소리를 질러댔고, 사랑한다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았지. 단 한 번도. 그날 이후 몇 달 아니 몇 년 동안 나는 이따금 수면제로 태머라를 잠들게 하고는 금고를 열어서 일기를 읽고 또 읽었어. 우리의 추억을 애도하면서, 언젠가는 좋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언젠가는 좋아지길 기대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일지도 모르지."

(로버트 퀸), 2부, p201

태머라와 로버트 퀸의 사랑. 태머라는 굉장히 괴팍하고 성격 급한 아내이자 엄마로 그려진다. 반면에 로버트 퀸은 그런 아내에게 찍 소리도 못하면서 둔하고 멍청해 보이는 남편이다. 그러다 로버트가 태머라의 금고를 열게 되면서 그녀의 숨겨진 모습을 알게 된다. 그들이 연애를 막 시작할 때의 추억이 담긴 물건, 젊었을 때부터 최근까지의 사진과 사랑이 담긴 메모, 겉으로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지만 실은 그녀가 남편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것, 남편 로버트에게 심술을 부리고 함부로 대하는 자신을 싫어한다는 점, 달라지기 위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 하지만 태머라는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오직 일기장에만 적어 놓았다. 부부 관계는 결국 제자리걸음이고 로버트는 가끔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태머라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금고를 열어 일기장을 들춰본다. 현실은 외면한 채 추억을 회상하는 것, 언젠가는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것, 그게 정말 사랑일까?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결국 자신도 속여야만 가능할 것 같다. 또 지금처럼 빠르고 급한 세상에서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추억을 애도할 수는 있겠지만 대체할 수 있는 물건, 사람, 활동이 너무 많지 않은가?(이런 말을 하는 나는 책에서처럼 정말 '찐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일까?) 슬픈 건지 좋은 건지. 책 속의 사랑과 현대인의 사랑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나은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추억을 애도하면서, 언젠가는 좋아지기를 기대하면서 현실을 견디는 건 불행한 삶이다. 견디는 건 힘들다. 현재가 행복해야 미래에도 희망이 보이고 과거는 과거일 뿐 다시 돌아오진 않으니까. 그저 더 좋은 현재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게 과거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그런 말 하지 말게. 친구보다 더, 그래, 난 자네를 아들처럼 사랑하네, 마커스"
"나도 아버지처럼 사랑했어요."
"진실을 다 알아도?"
"진실을 안다고 해서 누군가에 대한 감정이 달라지지는 않아요. 감정이란 우리 뜻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죠."

2부, p356

 

마커스는 마침내 알게 된다. 오로라의 사람들 각자의 진실, 마지막으로 해리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