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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랑이라니, 선영아

Jay 2024. 4. 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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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김연수 장편소설)

 

미안하시만 세상에 팔레노프시스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란 없다. 광수는 그 사실을 몰랐다.(p11)

.....

그제야 세상에 팔레노프시스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란 없다는 사실을 광수는 깨달았다.(p.126)

 

 

사람의 촉이란 게 있다.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종국엔 너무나 큰 일이었던 경우. 결코 사소하지 않았던 것... 그러다보니 사소한 일이란 게 존재하는가 싶기도 하네. 하나의 꺾인 '팔레노프시스'로 시작된 걱정, 의심, 초조한 마음은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로 이어졌겠지. (결국 파경...이지 않을까)

선영, 광수, 진우. 여기서 제일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너무나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글로 쓰다보니 선영이라고 난 생각함)

결혼을 앞두고 있음에도 과거에 사랑했던 진우와 몇 번을 만나고, 잠자리까지 갈 뻔했던 선영. 광수를 사랑하고 있다곤 했지만 정말 사랑했다면 그런 행동을 했을까? 실수를 하는 게 사람이라지만 어떤 실수는 결코 돌이킬 수 없다. 마음없이 잠자리만 했다면 진우와 잤을 텐데 사랑한다는 진우의 어처구니없는 말로 선영은 약간의 이성(?)을 되찾고. 하지만 결국  육체적, 정신적 바람에 다 해당하는 행동이지 뭐. 선영이가 진우와 잠시나마 그런 관계를 유지했던 건 과거를 보상받고 싶었던 걸까란 생각도 들구. 

쫀쫀한 광수. 불쌍한 사람. 너무 사랑해서 불안했던걸까? 과거에 선영과 사귀었던 진우에겐 열등감이 있던 것 같고. 그래서인지 자신의 마음에도 선영에게도 확신이 없던 게 죄. 

얼멍얼멍한 진우. 멍청이같은 놈. 어쩌면 현실에서 내가 꽤나 싫어하는 부류일 거야. 본인은 잘못한 게 무엇인지 절대 모를 민폐캐릭터(라고 나는 생각한다). 성격과 행동은 지멋대로인 나쁜 남자, 외모만 번지르르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북인플루언서의 추천으로 너무 궁금했던 책이라 읽었다.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엔 내가 조금 부족한 것 같고 단어도 문장도 생소하거나 빠르게 흡수되지 않은 것들도 몇 가지 있었다. 다음에 다시 읽으면 또 다르게 와닿을까. 

 

(p.45~47)

왜 우리는 사랑을 '맺거나' 사랑을 '이루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그건 사랑이란 두 사람이 채워넣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집어넣어도 그 관계는 채워지지 않는다. 정열, 갈망, 초조, 망설임, 투정, 침착, 냉정, 이기심, 헌신, 질투, 광기, 웃음, 상실, 환희, 눈물, 어둠, 빛, 몸, 마음, 영혼 등 그 어떤 것이든 이 깊은 관계는 삼켜버린다. 모든 게 비워지고 두 사람에게 방향과 세기만 존재하는 힘,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원초적인 감정의 움직임만 남을 때까지 그 관계 속으로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밀어넣는 일은 계속된다. 그런 과정을 되풀이하다가 마침내 마음의 숲속 빈터가 열리게 되면 뜨거운 육체의 아름답고 털 없는 동물들이 뛰놀게 된다고 서양의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

하지만 사랑이 끝나면 이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다.

(...)

처음에는 두 사람이 함께 빠져들었지만, 모든 게 끝나고 나면 각자 혼자 힘으로 빠져나와야 하는 것. 그 구지레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뼛속 깊이 알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

 

(p.67)

그러므로 다시 한번, "사랑해"라고 말한다는 건 자신을 먼저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만 '진실로 연애다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p.105-106)

기억이 아름다울까? 사랑이 아름다울까? 물론 기억이다. 기억이 더 오래가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필요하지만, 기억은 혼자라도 상관없다. 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가 덧정을 쏟을 곳은 기억뿐이다.

(...)

모든 게 끝나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처럼 사랑했던 마음은 반품시켜야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만은 영수증처럼 우리에게 남는다. 한때 우리가 뭔가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물. 질투가 없는 사람은 사랑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억이 없는 사람은 사랑했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가 없다.

(...)

자신이 진정으로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당장 죽어도 좋다는 느낌이 들 때다. 그때 삶은 죽음을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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