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여행] 1박 2일 제주도 본문
친구가 목포에 놀러왔다. 괜마 13기 참여할 겸 나도 만날겸. 그러다 얼마 전 다녀 온 제주도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곤 산방산 탄산 온천에 영업당해서 우스개 소리로 시작한 제주도 당일치기가 1박 2일의 즉흥 제주도 여행이 되었다. 서울에 있을 때는 생각도 못했다. 제주도를 이렇게 짧게 다녀 온다는 것을, 그런데 5월에는 당일치기도 다녀오고 10월에는 조금 더 여유로운 일정으로 1박까지 하고 왔다. 그리고 심지어 바다로 티켓으로 평일 할인을 받아서 왕복 3만원 대로 배편을 이용할 수 있었다!(티켓은 인터넷 예매는 안되고 직접 가야하지만 좌석이 여유로워서 탑승 직전에 예매했다.)
저녁으로는 쑥꿀레. 친구가 지난 번 목포에 왔을 때 쑥꿀레를 너무 맛있게 먹길래 다시 제안한 음식점이다. 그런데 처음이 더 맛있었다고 한다. 이번엔 너무 조청에 푹 담겨있다가 뭐라나. 뭐든 처음이 최고인걸까, 마치 남자들의 이상형은 처음 본 여자라는 말처럼?(비유가 이상한가), 처음이 가져다 주는 자극과 새로움을 이기는 건 쉽지 않지만 두번째, 세번째, 그리고 원래의 내 것이 더 좋을 때도 많다.
다시만난 퀸 제누비아. 야식으로는 맥주와 컵라면과 과자.
새벽 1시 출발한 제주행 배는 아침 6시에 도착한다.
아침은 우진해장국. 여기는 고사리 육개장이라는 메뉴가 유명한 집인데 우리는 두 명이니 몸국 하나, 고사리 육개장 하나를 시켜서 나눠 먹었다. 몇 달 전에 처음 왔을 때는 고사리 육개장이 훨씬 맛있었는데, 이 날은 몸국이 더 맛이 좋았다. 친구 말로는 땡초를 넣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럴지두? 처음 왔을 때는 매울 까봐 땡초를 거의 안 넣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맛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꽤 많이 남겼다....(아까워)
새벽 배를 타고 오면 역시나 조금 피곤하다. 밥을 먹고 나니 더욱 더 노곤해진 우리는 산방산 탄산온천으로 바로 향했다. 제주도는 서울의 4배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동 동선이 엄청 길었다. 우리는 여유로웠기에 대중교통과 택시를 알맞게 이용했다. 장거리를 갈 때는 주로 버스를 이용했는데 산방산 탄산온천은 아직 타 관광지에 비해 덜 유명한 탓인지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의 배차 간격이 길었다. 거의 1대씩 운행하는 듯했다.
한 시간의 버스 여행이 끝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을 제주, 돌담길, 억새, 귤만 봐도 행복했다. 걷다보니 귤 체험이 눈에 들어와서 귤도 먹을 겸 사진도 찍을 겸 귤 농장으로 들어갔다. 체험비는 1인 5,000원에 시간 제한은 없고, 바구니 하나에 귤을 따서 가져갈 수 있었다.
화장실을 가고 싶었던 우리는 귤 농장 아주머니께 장소를 여쭤봤는데, 아주머니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화장실이 없으니 밭에 거름 주라고...ㅎㅎㅎ 너무 오랜만에 듣는 사람 거름 이야기. 큰 거름, 작은 거름이란 이름으로 여행 내내 우리를 웃겼다.
귤 체험을 마무리 하고 우리 여행의 목적지인 산방산 탄산 온천으로 향했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사우나는 처음이었는데 사실 온천과 사우나는 같은 말이었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잊고 있었다. 친구(전 직장동료)와 서로의 몸을 보여야 한다는 걸. 부끄러움은 잠시, 곧 적응한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필수) 머리는 수건으로 싸매고 탕 속으로 들어갔다. 탄산 온천 활용법은 우선 미온탕 또는 열탕에 몸을 5분 정도 담그고, 탄산 온천(냉탕)에 들어가 5분 정도 있다가, 다시 미온탕 또는 열탕에서 5분 정도 있는거였다. 탄산 가스가 모세혈관을 자극시켜 확장시키고, 혈압을 내리고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 말초혈관 순환 장애, 류마티스 등 치료에 좋다고 한다. 탕 속에는 역시 할머니들이 많이 계셨다. 나는 조금만 있어도 탄산 때문에 몸이 따끔따끔한 것 같고, 미온탕에서는 너무 덥고 어지러운데 어떻게 그렇게 잘 버티시는지 모르겠다.
잊고 있었다. 나는 뜨거운 탕 속에서 5분 버티는 것도 힘들어 한다는 것을... 탕 속에서 몸을 불리고 탄산 온천을 왔다갔다 하다가 야외 노천탕에 나갔는데 아니! 날씨가 너무 좋은거였다. 우리는 분명 피곤해서 몸을 쉬게 하려고 왔는데 밖은 말도 안되게 따뜻했고 노천탕을 즐기는 기분이 안났다. 밖의 온도가 조금 더 낮았다면 달랐을텐데. 그래도 이왕 나온 김에 나는 탕 속에 친구는 썬베드에 누워서 볕을 쬐었다. 그런데 그 10분-20분의 시간 동안 볕을 쬐던 친구의 다리는 수영복 모양대로 탔다. 역시 가을 볕에 얼굴이 탄다더니...
세신 받을 시간이 다가와서 다시 실내의 탕으로 돌아왔다. 세신 받은 기억이 거의 없기도 하고 아플까봐 하는 걱정에 머뭇거렸는데 친구의 평이 너무 좋아 시도해봤다. 그런데 너무 좋다..... 정말 최고....!! 사람들이 줄줄이 있어서 아주머니가 힘이 들진 않을까 생각하다가 역시 전문가는 힘을 쓰는게 아니라 기술을 쓰는 거라고 스스로 결론 내렸다. 박자가 있다. 쓱(밀기)~ 쓱쓱(밀기)~ 스으윽(되돌아 오리). 그리고 때를 미는 도중에는 절대 물을 뿌리지도 않는다! 난 중간 중간 몸이 마를 때마다, 또는 나온 때를 씻어낼 겸 자주자주 물을 뿌렸는데!!
세신이 끝나고 맨들맨들 훨씬 보드라워진 피부를 보니 앞으로도 종종 생각날 것 같다.
목욕이 끝나고 바로 옆에 위치한 숙소에 가서 짐을 풀었다. 그리곤 노을지는 것을 볼 겸 찾아놓은 카페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있는 올레 10길. 너무 예쁘다.
그렇게 도착한 원앤온리 카페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묵었던 숙소는 옛 건물이라 낡긴 했지만 넓었고 뷰가 좋았다. 둘째날 아침은 날씨가 정말 맑아서 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좋았다.
시간 맞춰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금능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제주도 바다 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 너~~무 예뻤다.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 빛의 바다, 그리고 현무암.
아쉬움을 뒤로하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유명 맛집이라는 칠돈가 본점. 점심 세트로 흑돼지 오겹살을 먹었는데 다음엔 목살 부위를 먹을거다. 여기 고기는 지방이 적절하게 들어가서 목살이 더 맛있을 것 같다. 그리고 김치찌개가 완전 맛있으니, 꼭 먹어야한다.
후식으로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음료(제주 까망 크림 프라푸치노)까지 마신 후 우린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다.
안녕 제주도.
잘 놀고 돌아온 다음날 아침, 서귀포 시청에서 카톡을 받았다. 제주도 여행 중에 확진자 동선이랑 겹친 곳이 있다고.... 그래서 다음날은 그대로 집콕행이었다;; 이런 문자를 받은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혼자 살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 백신 맞은지 2주도 지났는데 코로나 걸렸으면 백신 정말 의심할 뻔했자나.... 물론 아프거나 하는 증상은 전혀 없었지만. 처음으로 코로나 검사도 해봤다. 생각보다 아프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위드 코로나의 시대. 앞으로도 조심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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