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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프랑스식 자취 요리: 모쪼록 최선이었으면 하는 마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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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프랑스식 자취 요리: 모쪼록 최선이었으면 하는 마음

Jay 2022. 5. 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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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에세이가 좋다. 쉽게 읽히기도 하고, 독립 출판으로 에세이를 한 번 써봐서 그런지 더 관심이 간다. 어떤 부분에는 내가 했던 고민의 모습이 담겨있기도 하고 잔잔하게 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기 나 같은(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또 있네?' 비슷한 경험을 한 대목을 읽을 때는 반가우면서도 '다 똑같구나, 별거 없네'라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친구, 애인, 가족이고 할 것 없이 주변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내가 쓰는 언어나 행동, 취향에는 나를 스쳐간 사람의 흔적이 묻어 있다.  p51에는 이병률 시인의 책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언급되었고 앞선 말이 나온다. 나도 이 책을 스쳐간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고 물든(물들었다고 생각하는) 취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감 가는 이야기, 감성 표지 등이 에세이가 사랑받는 이유겠지.

 

p94
그 시절 나는 열정을 팔았고 그분들은 호기심을 구매한 것이었다.  

내가 그 시절 팔았던 열정에는 무엇이 있을까? 또 얻은 건 어떤걸까? '열정'이라는 단어는 거창한 것을 떠올리게 해서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열정의 강도는 무조건 높아야 할 것 같아서 잔잔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 하지만 난 계속 열정이 있는 삶을 살았다. pco일도 열심히 했고, 취미도 끊임없이 찾아다녔고.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열정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요즘의 나의 열정은 영상 번역 공부, 폴 댄스겠지.

 

p102
그러면 아버지는 지금처럼 "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거 비싼 거냐?"이렇게 되물으세요. 

아빠가 생각났던 대목이다. 딸이 중국에서 잠깐 지내다 왔다고 아빠는 내가 중국어도 잘하고 문화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찻잎이나 술(고량주)이 생기면 한자는 어떻게 읽는지 유명한 건지 물어보시곤 하셨다. 어릴 적 나에게 아빠가 슈퍼맨이었던 것처럼 지금의 아빠에게 나는 슈퍼 우먼이고 자랑인 거겠지. 같이 살 때에는 툴툴대거나 귀찮음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기대에 부응하고 싶기도 하고 같이 있는 시간도 적어서 더 다정한 딸이 된다. 물질적인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행동으로, 언어로, 좋은 태도로 함께하는 게 더 값진 지금이다.

 

p120
처음에는 뜨끈하고 묵직한 맛이 훅하고 들어온다. 그 순간 속이 든든해지며 기분이 좋아진다. 비싸지만 주문하길 잘했다 싶어진다. 그렇게 몇 잔을 홀짝이다 보면 마지막 잔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즈음이면 이미 식을 대로 식어 뭉쳐버린 초콜릿 덩어리가 잔에 뚝 하고 떨어진다. 집에 돌아갈 때가 됐다는 신호다.

아무래도 책이 프랑스식 자취 요리다 보니 장 마다 음식이 나오는데 그중에 제일 먹어 보고 싶은 음료는 '쇼콜라 쇼'.(외에 비스크스프, 푸아그라, 내가 좋아하는 카눌레 ♥가 있다)핫초코보다 진하다는데 달달함이 안에서부터 채워져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랄까!

 

 

p127
혹시 어디 가서 비스크를 맛볼 기회가 있다면 "버려지는 재료로 만들었으면서!"라고 그 위상을 격하시키지 말고 "이걸 만들려고 이곳 주방 막내는 얼마나 숱하게 손을 찔려가며 갑각류 껍질들을 벗겼을까.
그대가 흘린 피와 땀에 치어스!"라고 외치며 그 가치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노동에 노동을 더해야지만 만들어지는 진정한 노동의 맛. 이런 맛을 유별나게 좋아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많은 돈을 내면서까지 먹을 만한 음식이 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나도 좋다. 노동의 맛! 

 

p129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그게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서 떠나보내고 있는지 모른다"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 중)


p131
오늘 하고 싶은 일이 내일도 하고 싶으리란 보장이 없다.
어쩌면 오늘 하지 않은 일은 평생 하지 못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든 하면 흔적으로 남지만 하지 않으면 후회로 남는다.

 

p153
예쁜 플레이팅의 핵심은 접시 위에 모든 것을 다 담아내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더 채울까가 아니라 무엇을 더 비울까를 고민한다. 여백이 필요하다. 사람의 일과 똑같다. 너무 바쁜 사람,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이에게는 이내 관심을 접게 된다. 매력에는 빈틈이 필요하다.


어차피 입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나를 귀하게 대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귀하게 여겨줄까. 자취 요리의 본질은 끝없는 귀찮음과의 싸움일지 모른다. 그러니까 우리, 오늘은 한입이어도 제대로 먹자.

 

 

그래서 오늘 아점은 뭘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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