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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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책] 모순

Jay 2024. 5. 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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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p127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 이렇게 살고싶지 않다. 작은 상처는 흘러가게 두고 큰 은혜는 꼭 기억해 두었다가 갚고. 나이 들어갈수록 마음도 물질적으로도 여유 있는 사람이고 싶다.

 

p188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 타인의 불행이 크다고 내 불행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슬프게도 살면서 이런식의 위안을 종종 받았다. 그리고 불행하거나 슬픈 사건을 오픈할수록 사람 사이의 관계는 친밀해지는 아이러니.

 

p190-191

하염없이 반짝거리는 녹색 물결을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의 절경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숨 막히는 비장미를 뿜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묵묵히 너무도 아름다워서 울고 싶은 풍경 속을 뚫고 달렸다. 저 바닷속으로 이 지프가 굴러 들어가도 무방해... 이 고단한 생애를 등지고 물결의 포말이 되어도 상관없어... 정말 괜찮아...

그러나 다시 붉은 황토밭들이 나타나고 육지의 마을들이 차례차례 스쳐 갔다. 나는 바다를 잊을 수 없어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세상의 모든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과거를 버릴 수 없는 것일지도.

--> 기억의 미화 때문일까.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 있다니... 과거를 추억하고 아름답게 포장하는 건 물론 좋은 일이지. 과하지 않다면~

 

p194-195

나영규에게는 없는 것, 그것이 확실히 김장우에게는 있었다. 나영규와 만나면 현실이 있고, 김장우과 같이 있으면 몽상이 있었다. 사랑이라는 몽상 속에는 현실을 버리고 달아나고 싶은 아련한 유혹이 담겨있다. 끝까지 달려가고 싶은 무엇, 부딪쳐 깨지더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엇, 그렇게 죽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하는 장렬한 무엇, 그 무엇으로 나를 데려가려고 하는 힘이 사랑이라면,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의 손을 잡았다.

p296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김장우와 결혼하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한 그것, 그것을 나는 나영규에게서 구하기로 결심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끝까지 궁금했다. 안진진이 선택할 최종 1인은 누구인가. 김장우를 선택하길 바랐다. 현실을 잊게 만드는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김장우. 사랑했던 김장우. 하지만 결국 나영규를 선택한다. 김장우는 줄 수 없는 걸 가지고 있는 나영규. 지리멸렬할지라도, 더 나은 삶을 사는 건 업그레이드된 현실을 사는 건 중요하니깐.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결과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고...

 

나중에 한 번쯤 다시 읽고 싶다. 생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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