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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2021-2022 목포

어떤 날, 어떤 생각

Jay 2021. 9. 1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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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은 일찍 일어나는 일상이다보니 주말은 여유롭게 늦잠을 자기로했다. 알람 없이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고 싶어서. 그래봤자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9시에 몸을 일으켜 청소를 시작했다. 쌓여있는 옷들은 세탁기를 돌리고 바닥을 한 번 닦고 냉장고를 털어서 늦은 아침을 챙겨 먹었다. 

안 타본 버스를 타고 버스 여행을 할까, 하당에 가보지 못한 카페를 검색해서 가볼까 고민을 하다가 원도심에 위치한 OO카페로 향했다. 날씨도 좋았고 위치도 바닷가 근처라 약간 들뜬 기분으로 출발을 했다. 그런데 주말이다보니, 위치가 바닷가 근처다보니 카페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1인이 좌석을 차지하기에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 1초 망설이다가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고 커피를 주문하기로 했다.

커피는 잘 모르지만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한다. 어떤 걸 마실지 고민하다가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와서 갈증이 났기에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로 했다. 아메리카노도 종류가 있길래 카페 직원에게 질문을 했다. 

 

 

- 나: 아메리카노와 룽고(롱블랙?) 중에 어떤 것이 더 산미가 있나요?

- 직원: 진하게 드시고 싶으면 룽고를, 조금 연한 것을 원하면 아메리카노를 드세요.

- 나: 산미가 있는 커피인가요?

- 직원: 원두가 케냐잖아요. 케냐는 산미가 있는 커피잖아요? 

(쓰다보니 이해가 된 부분: 직원에게 산미가 있는 커피는 당연했고, 나는 진하다는 말을 커피가 쓰다라는 말로 이해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한 직원이 조금은 짜증섞인 대답을 한 것일지도)

 

 

조금 더 친절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이 카페는 지인의 지인이 운영한다기에, 커피가 맛있다고 했던 또 다른 지인의 말이 생각났기에, 마침 인스타 친구가 이 카페의 커피를 언급했기에 이렇게 세 번이나 곱씹게 된 상황이어서 선택한 곳이었는데, 나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카페에서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낼 작정으로 왔는데, 자리는 마땅치 않고 직원은 왜인지 불친절한 태도여서 아쉬웠다. 나도 불쾌한 티를 낼까 잠시 고민했지만, 툭 털어내고 테이크 아웃을 했다. 카페를 나와  그늘이 있는 장소를 찾아 배회했다. 텀블러를 챙기지 않아서 일회용 컵에 커피를 받았기에 자전거를 타고 장소를 이동하기에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5분 정도 걷다보니 그늘이 진 괜찮은 정자를 발견했다. 낡은 놀이터였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다만, 역시나 벌레가 많았다. 그래도 편안했다. 앉아서 책을 읽었다. 모기에 덜 물리려고 앞으로 몇 걸음 뒤로 몇 걸음을 걸으며 책을 읽었다. 커피를 다 마시곤, 다시 자전거를 대어놓은 카페 앞으로 향했다. 

근처의 정자와 낡은 놀이터

 


 

날씨가 너무 좋았다. 바닷가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직판장을 지나갔다. 땡볕에서 밀집모자를 쓰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친구에게 카톡을 했다. "낚시하러 가자. 친구들 모아서." 미친 실행력을 가진 친구 덕에 그 날 밤 바로 밤 낚시 모임이 만들어졌다. 

낚시하러 가자. 친구들 모아서~~
옥수수가 들어있는 소세지가 특히 맛있었다.

 

다들 시간이 맞았고, 시간을 낼 수 있던 여유가 있었고 아무튼 그런 날이었다. 즉흥이 맞아떨어지는 날. 

깜깜한 밤길이라 무서웠다. 하지만 베스트 드라이버(일거라는 믿음)와 함께했기에 그리고 밤 눈이 어두운(?) 내가 하는 밤길 운전이 아니라서, 함께 고기를 구워먹을 생각에, 낚시를 할 생각에, 별을 볼 기대에 어두음쯤이야 별거 아니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잔뜩 짐을 싸서 텐트를 치고, 집에서 싸온 음식과 산 음식들로 밥을 차려 먹고 물놀이를 한 기억을 제외한다면 친구들끼리는 처음 온 캠핑이었다. 물론 펜션에 가거나 바베큐를 구워먹은 비슷한 경험을 뺀다면 말이다. 

내 주변에 보통 존재하는 친구 유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지인들이다. 내가 그들에게 느끼는 약간은 생소한 감정처럼 그들도 나를 대할 때 조금은 다른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재밌는데 그들도 재밌을까라는 의문을 종종 갖는다. 새로워서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만날 때마다 한 발자국 정도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정교하지 않은 페스츄리 같다.

운저리 낚시

 

검정색 이빨을 가지고 있는 바다 지렁이를 미끼로 낚시를 시작했다. 물고기도 사람처럼 새벽에는 자는시간이라더니 입질이 오지 않았다. 보통 낚시는 이른 새벽부터 초저녁까지 한다고 하니 제대로 하고 싶다면 시간을 잘 설정할 것.

초심자의 행운이라 했나. 줄곧 낚시대를 잡고있던 친구가 잠시 자리를 비워 내가 맡고 있던 사이 자그마한 운저리 한 마리가 낚시대에 걸렸다. 망둥어과의 물고기라고 한다.

슬슬 잠도 오고 내일(비록 일요일이지만)을 위해 돌아갈 준비를 했다. 

참,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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