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끄적이는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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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클 4주차] 내가 원하는 삶

Jay 2021. 12. 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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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중

 

2021년은 두 번째 터닝포인트라 할 만큼 생각에도 삶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상반기에는 첫 퇴사를 하고 하반기에는 목포에서 본격적인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퇴사 직전 달인 3월만 해도 정말 그만둘 수 있을지조차 상상할 수 없었는데, 사람 일은 이리도 예측할 수가 없다.

 

혼자 지낼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고, 나에게 집중하며 사는 현재의 삶은 만족도가 높다. 의도하지 않아도 나의 관심은 바깥에 더 쏠려있었다. 주변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중심을 안으로 세우려면 고의적인 시선의 차단도,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했다.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집중하게 된다.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그 배려가 서로에게 좋은 것인지 생각해 봤다. 물론 상대방에겐 좋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좋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 배려가 나를 제한하기도 했다. 시선은 타인에게 집중해 있었더라도 나를 잘 아는 줄 알았다. 이제 보니 꽤나 무심했다.

 

목포에 와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중 지인 A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또는 나에게 제안을 할 때마다 선택의 기준은 본인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전에도 내게 의사를 물어준 사람은 분명 있었지만 다른 느낌이었다. 어쩌면 내가 그 말을 받아들일 여유가 생겨서 일지도 모르겠다. 또 나와는 달리 본인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는 A를 보며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다. A가 하는 선택에 대해 나는 특별한 생각이 없었다. 이처럼 나의 선택도 타인에게는 그렇게 비추어질 거였다. 내 기준 속에는 타인이 너무 많았다. A와 함께 지내면서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들에게 관심이 없다라는 말을 더 체감했다.

 

주변에는 목포에서 생활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희한하게 보는 사람들이 몇 있다. 프로그램 참여를 통한 첫 발걸음이었지만 지금의 나를 둘러싼 환경이 좋고 마음이 편해서 목포에 머무르고 있다.

 

출근길은 버스 1, 지하철 환승 2번이 필요했다. 도어 투 도어로 걸리는 시간은 편도 1시간 10. 아침부터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때면 복잡하고 빽빽해서 진이 빨린다. 매일 출근하는 회사는 또 왜 이렇게 싫은 건지 일을 하면서도 점심시간을 목 빠지게 기다린다. 기다렸던 식사 시간, 동료들끼리의 주된 대화는 집에 가고 싶다”, “퇴사하고 싶다”, “월차 쓸걸그리고 한숨. 다른 즐거운 이야깃거리도 있었지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장이었다. 회사 다니는 건 즐겁지 않았지만 이런 마음으로 출퇴근을 하는 건 더 힘들었다. 퇴사 전의 공적 자아는 85%가 부정 에너지였다.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서, 애정도 의욕도 없이 책임감으로 일을 했다. 마지막 남은 감정까지 사라지니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었다. 환경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이후의 삶도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퇴사를 선택했다.

 

다음 선택은 목포였고 원래는 두, 세 달 체류하다 서울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막상 머무르다 보니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고, 바다와 산이 가까운 자연환경이 좋았다. 나의 일상은 유달산 등산, 책을 읽거나 일상 기록하기, 동네 친구와의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 변화하는 계절을 느끼고,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고, 홀로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나를 채워주는 것들이다. 퇴사 후에는 무엇을 하면서 쉬어야 할지, 어떤 자기 계발이 필요할지 고민이 컸다. 그만두고도 몇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예상처럼 불안하지는 않다. 어느 부분은 덜어냈고 생각을 조금 바꿨으며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자그마한 돈이 있기 때문이려나.

 

1년 뒤, 3년 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고민은 결국 걱정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고민과 함께할 것을 알지만 더 이상 같은 무게가 아닐 것도 안다. 처음 목포에 온 목표였던 적성,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나한테는 답이 없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적성이 없을지도. 다만 앞으로 몇 달은 지금처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쉬고 싶으면 쉬면서 지낼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적당한 것을 찾지 않을까. 설령 없더라도 괜찮다. 예전과 같은 방식은 아닐 테니까.

 

그러니까,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나에게 집중하고 좋아하는 것들로 주변을 채우며 살고 싶다.

 
 
 
 

 

 


 

 

이번엔 원문/퇴고를 나누지 않고 퇴고 글만 올려봤다. 마지막에는 글에 대한 피드백보다는 동료에게 클럽 자체에 대한 회고였기 때문. 물꼬는 트였으니 앞으로 내 관심사는 점점 확장되겠지. 

꾸준히 기록하기.

공적으로도 더 많이 읽힐 수 있는 글도 쓰고싶다.

 

 

사과집에게 보내는 나의 회고:

저는 축적의 힘이 크다고 생각해요. 스쳐 지나간 일들이 한 겹씩 쌓여 어느새 여러 겹이 모여있는 것. 5주는 희미하게 또는 별다른 생각 없이 흘러간 것들에 대해 또 다른 겹을 쌓던 시간이었어요. 글감을 생각해 내고 그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도서관에 가면 그전엔 특별히 관심이 없던 분야도 눈에 들어오고요. 사고에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더라고요. 글을 쓰고 생각을 공유하고, 동료들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도 관심 분야도 확장된 것 같아요. 5주 동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또 만날 날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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